ILO 측 “강제노동 인정한 것…견해 현재까지 유지”
1999년에 국제노동기구(ILO)가 내놓은 보고서의 핵심은 일제 강점기 한국과 중국의 노동자를 동원해 일을 시킨 것이 강제노동(forced labor)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이 보고서는 노동에 관한 국제 전문기구인 ILO가 강제노동을 규제하는 기준인 29호 협약을 일본이 준수하는지 점검한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이를 일본 정부가 부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ILO의 주일본 사무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999년 보고서는 징용돼 원치 않음에도 일하게 된 사람의 상태에 관해 그것은 ‘forced labor’(강제노동)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형식”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ILO가 강제 노동을 표현할 때 ‘forced labor’라는 용어만 사용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정부 대표가 쓴 ‘forced to work’라는 표현이 이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결국 징용에 대한 ILO의 판단은 강제노동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ILO는 당시 판단에 근거해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도록 보장하라고 이후에도 일본에 촉구하고 있으며 징용이 강제노동이라는 견해를 변경하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야노 히데키(矢野秀喜) 강제연행·기업 책임추궁 재판 전국 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는 ‘당시 한반도가 일본 영토였으므로 (조선인을 동원한 것은) 자국민에 대해 실시한 징용이었고 전쟁 중인만큼 강제 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ILO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보고서가 나온 과정을 설명했다.
ILO 관계자는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징용이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 ILO의 판단에 대한 일종의 반론으로 보이지만 서면 등을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ILO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ILO 보고서 내용에 비춰본다면 일본 정부가 ILO의 심사를 다시 받아 과거의 보고서를 뒤집지 않는 한 징용이 강제 노동이 아니라는 주장이 국제 사회에서 공감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역으로 일본 정부가 ‘장외 선전’을 계속하는 경우 이에 반발한 노동조합 등이 ILO에 서면으로 문제를 제기해 ILO가 징용이 강제 노동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판단을 내놓는 상황도 생각할 수 있다.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으로 불리는 ILO의 29호 협약은 모든 강제노동을 가능한 한 단시간에 폐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처벌 위협에 따라 강제되거나 자신의 의사에 따라 신청한 것이 아닌 노동을 강제 노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협약은 다만 병역법에 근거한 군 복무, 시민의 의무로서의 노동, 법원의 판결에 따른 노역, 전쟁·화재·전염병 등 재난 상황에서 강제되는 노동, 지역사회에 대한 의무 형태의 노동 등은 예외적으로 강제 노동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일본은 1932년 11월 21일 29호 협약을 비준했으며 한국은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