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까지 나서 공세…정부 “영문이 정본” 신중기조

日, 아베까지 나서 공세…정부 “영문이 정본” 신중기조

입력 2015-07-10 16:44
수정 2015-07-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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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말바꾸기 이어 홍보전 채비… ’韓 이의제기 안해’ 자극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근대산업시설에서의 조선인 강제노역을 둘러싼 논란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까지 가세해 헝클어진 실타래가 더욱 꼬여가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는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대해 한국 정부의 이의제기가 없었다고 밝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아베 총리는 10일 중의원 안보법제 특별위원회에서 “한국 정부는 기시다 외무상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forced to work’가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발언)이 잘못됐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언급은 자신들의 말바꾸기를 정당화하기 위한 상황 호도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측 대표는 영어로 ‘brought against their will’(의사에 반해), ‘forced to work’(강제로 노역) 등의 표현을 사용했고,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누가 봐도 강제노역을 인정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관련 시설들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자마자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면서 ‘일하게 됐다’(’하타라카사레타’(동<人변+動>かされた)는 표현으로 번역, 물타기를 시도했다.

아베 총리의 언급대로 일본 정부의 말바꾸기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일본 측의 답변이나 해명 등 공식적으로 이의제기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강제노동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영문본이 원본임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대표가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영어로 발언했고, ‘brought against their will’, ‘forced to work’ 등의 표현은 국제 기준과 관행에 비춰볼 때 강제노동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인 강제노역 피해자(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일본의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일본의 성실한 준수 책임을 강조하며 이행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후속조치와 관련해 2017년 12월1일까지 세계유산센터에 경과보고서 제출, 2018년 제42차 세계유산위의 경과보고서 검토 등 이행 매커니즘이 마련된 만큼 일본의 실천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재외공관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는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강제노역을 반영했다고 알리는 소극적이고 제한된 수준의 대응을 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신중 대응은 강제노동을 둘러싼 해석논란이 커지면 커질수록 해결책은 찾지 못한 채 한일 간 새로운 갈등 요소로 착근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말바꾸기가 일본 국내 보수층 등의 여론을 의식한 점이 적지 않은 만큼 우리 정부가 나서서 일본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을 필요가 없고, 자칫 지난달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물꼬를 튼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우리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forced to work’ 등의 표현으로 강제노역을 반영시킨 것은 “우리의 입장과 원칙을 관철시킨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일각에서는 ‘강제노동’(forced labor)이라는 직접적 표현을 관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일본 정부가 이미 공언한 대로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는 관점에서 후속조치를 이행하면 우리 정부의 신중 기조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는 일본의 입장과 이런 관점에 따른 후속조치 이행은 또 다른 역사왜곡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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