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트럼프에 거액 후원금 낸 피터 틸에 비난 쇄도

실리콘밸리, 트럼프에 거액 후원금 낸 피터 틸에 비난 쇄도

입력 2016-10-18 09:33
업데이트 2016-10-1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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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원 후원금 알려지자 “해고하라” 압박…YC회장 “나도 反트럼프”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겸 억만장자 벤처 투자자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125만 달러(14억1천300만 원)의 후원금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리콘밸리가 부글거리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은 17일 “틸이 거액의 후원금을 낸 사실이 알려진 지난 일요일, 실리콘밸리에는 틸을 비난하고 그가 파트너로 있는 스타트업 투자사인 Y 컴비네이터(YC)에 그를 해고하라는 압박까지 넣고 있다”고 전했다.

틸은 실리콘밸리에서 거의 유일하게 트럼프를 지지하는 인물이다.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사로 초청돼 찬조 연설까지 했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번영을 누리는 실리콘밸리에만 있으면 미국이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미국의 경제적 고통을 알지 못한다”면서 “미국은 전반적인 개조가 필요하며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라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틸이 다양한 친 트럼프 슈퍼팩(정치자금위원회)를 통하거나 트럼프 캠프에 직접 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125만 달러를 후원하기로 약정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트래픽이 많은 웹사이트 가운데 하나인 레딧의 임시 CEO를 지낸 엘렌 파오 프로젝트 인클루드 대표는 NYT 보도 직후 블로그에 “흑인, 멕시칸, 아시안, 무슬림, 그리고 유대인과 여성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정치적 언사를 넘어선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이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잘못”이라며 프로젝트 인클루드는 YC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픈소스 웹 프레임워크인 루비온레일스의 창업자 데이비드 한손은 트위터에 “(YC가) 틸을 해고하는 것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어떤 종업원을 해고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YC에 틸과 단절할 것을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YC의 샘 올트먼 사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모욕적이고 변덕스러우며 분노를 촉발시키는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투표를 할 것”이라며 틸과 정치적 견해를 달리함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그는 “반대되는 관점을 가진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극단적인 것이며 우리가 바라는 나라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면서 “의견의 다양성은 고통스럽지만, 건강한 민주사회를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라며 관계 단절 요구에는 난색을 보였다.

보유 순자산이 27억 달러(3조600억 원)로 평가되고 페이스북의 이사 직함도 가진 억만장자 틸은 지난 8월 미국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과 자신의 동성애 사실을 폭로한 인터넷 언론 고커와의 소송에서 호커에게 뒷돈을 대 결국 고커를 파산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허핑턴포스트는 틸이 2009년 블로그 글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지난 2005년 여성을 성적으로 모욕한 트럼프의 비디오가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통해 공개된 뒤 그가 거액의 후원금을 약정한 것은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미국 대선에서 여성만 투표할 경우 힐러리와 트럼프의 예상 선거인단 확보 숫자는 458대 80으로 힐러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남성만 투표할 경우 188대 350으로 오히려 트럼프가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네이트 실버의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틸은 여성이 투표권이 없을 경우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큰 후보에게 돈을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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