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신문 “손 놓고 연방 지시만 기다려” 질타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 확진 환자가 격리 치료 중인 텍사스주 댈러스 시(市)에서 행정 당국의 지도력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최일선에서 에볼라 전염 확산 방지를 진두지휘해야 할 댈러스 카운티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수동적으로 연방 기관의 지시만 기다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신문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은 에볼라 사태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댈러스 카운티 정부는 보이지 않았다고 5일(현지시간) 강도 높게 지적했다.

미국의 행정 구역에서 카운티는 여러 도시를 거느린 성(省)의 개념을 띤다.

댈러스 카운티는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 환자인 토머스 에릭 던컨을 치료 중인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이 있는 댈러스 시와 그 위성 도시를 포함한 행정 구역으로, 인구 규모(248만명)로는 텍사스주에서 두 번째, 미국 내에서도 9번째로 크다.

댈러스 카운티 정부의 최고 수장인 카운티 판사는 선출직으로 행정, 사법, 예산 등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텍사스 주(州)법은 카운티에서 보건과 관련한 긴급 상태가 벌어질 때 카운티 정부가 주도적으로 응급 상황을 해결하도록 명시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클레이 젠킨스 카운티 판사가 이끄는 댈러스 카운티 정부는 지난달 30일 던컨이 첫 에볼라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이래 신속한 대처 능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스타 텔레그램에 따르면, 젠킨스 판사는 소속 공무원에게 에볼라 확진 판정과 확산 방지를 주도하는 연방 의료기관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시하는 것만 따르도록 명령했다.

에볼라 감염과 관련한 사회의 혼란을 막고 대응을 일원화하기 위한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주 법에 명시된 카운티 정부의 통제 책무를 회피했다는 비난 여론이 더 높다.

신문은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CDC의 지침 없이도 댈러스 카운티 정부가 주민들의 불안감을 더는 데 능동적으로 나서야 했지만 그러하지 못했다며 ‘무대처’로 일관한 카운티 정부의 무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카운티 정부는 아파트에서 던컨과 함께 거주한 4명을 감염 우려가 가장 큰 고위험군 접촉자로 분류하고 전염을 차단하고자 이들을 ‘가택연금’ 시켰다.

하지만, 집에 갇힌 이들에게 음식을 전달하지도 않고 오로지 세척제만 건넨 것으로 드러나 주민의 안전과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집밖에 전혀 출입을 못하던 던컨의 여자 친구와 그의 아들, 20대 조카 2명은 던컨의 확진 판정 후 나흘이 지난 3일, 소방차와 폐기물 차량이 아파트를 ‘대청소’한 뒤에야 가택 연금에서 풀려났다.

이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 더 일찍 격리 치료하지 못한 것도 오로지 CDC의 지침만 기다린 카운티 정부의 판단 착오에 따른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온상’인 이들의 아파트를 뒤늦게 방문한 뒤 옷도 갈아입지 않고 기자회견에 나선 젠킨스 판사는 “만약 조금이라도 위험 요소가 있다면 나 자신을 노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염 위험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으나 늑장 대처에 대한 조롱을 면치 못했다.

댈러스 시 살림을 책임지는 마이크 롤링스 댈러스 시장도 ABC 방송의 ‘디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담당이 다른 5개 기관과 함께 일을 하다보니 시민이 원하는 만큼 에볼라 사태 국면에서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늑장 대처를 인정했다.

롤링스 시장은 “초동 대처는 늦었지만 이후 확산 방지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추가 감염자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사실에 안도감을 나타냈다.

한편, CDC는 던컨과의 직접 접촉으로 추가 감염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10명은 병원 관계자 7명, 던컨의 가족 또는 라이베리아 공동체 관계자 3명이며 간접 접촉한 감염 우려 대상자는 전날 46명에서 5일 현재 38명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CDC는 이들의 체온을 하루에 두 번씩 재고 에볼라 감염 여부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