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녀는 자택 격리…뉴욕시장은 미트볼 식당서 식사

미국 뉴욕의 첫 에볼라 환자인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의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언론은 26일(이하 현지시간) 스펜서를 치료하는 뉴욕 맨해튼 벨뷰 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스펜서의 소화기에 증상이 나타나 혈장 치료를 했다”고 보도했다.

혈장 치료는 애틀랜타의 에모리대 등에서 에볼라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에게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치료법이다.

스펜서를 치료하는 벨뷰 병원 의사들은 스펜서의 상태가 나빠졌지만, 이는 예상했던 일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에볼라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환자들도 일시적으로 나빠졌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겪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뉴욕 시 보건국장인 메리 바세트는 “에볼라 환자들은 회복 과정에 들어서기 이전에 상태가 계속 나빠지는 것을 봐 왔다”면서 예상했던 변화인 만큼 비관적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에볼라 환자를 치료했던 경험이 있는 에모리대 및 네브래스카 의료센터와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스펜서를 치료하고 있다.

벨뷰 병원을 운영하는 헬스 앤 호스피탈 코프(HHC) 관계자는 “스펜서는 깨어 있는 상태이며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시 공공보건시스템 애너 마렌고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예상했던 대로 소화기 증상이 나타났다. 스펜서의 치료를 위한 다음 단계, 그리고 더 심각한 국면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스펜서와 간단한 전화 인터뷰를 했다고 소개하고 “스펜서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치료를 받고 있다’ ‘에볼라에 걸리면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스펜서와 함께 23일부터 밸뷰 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았던 약혼녀 모건 딕슨은 25일 병원을 떠나 스펜서와 함께 지냈던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가 격리생활에 들어갔다.

딕슨은 뉴욕 주가 에볼라 환자와 직접 접촉했던 사람은 무조건 21일간 격리하기로 한 조치에 따라 11월 14일까지 이 아파트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생활을 해야 한다.

딕슨은 스펜서가 기니에서 에볼라 환자들을 돌보다 뉴욕으로 돌아온 지난 17일부터 스펜서와 접촉했다.

딕슨은 중국에서 영어교사 자원봉사활동을 하던 2006년 스펜서를 처음 만난 이후 함께 각종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랑을 키워 왔으며, 내년 9월 스펜서와 결혼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스펜서가 뉴욕으로 돌아온 뒤 접촉한 그의 친구 2명도 각각 자신의 집에 격리돼 있다.

뉴욕 시에 에볼라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관계 당국은 에볼라뿐 아니라 ‘에볼라 공포’의 확산을 막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뉴욕 주와 뉴저지 주는 다른 주에서 시행하지 않는 ‘21일 의무 격리제도’를 도입했다. 에볼라 환자와 직접 접촉한 사람은 예외 없이 21일동안 격리된 생활을 하도록 한 것이다.

앞서, 빌 더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스펜서가 식사했던 식당을 25일 직접 방문해 미트볼을 먹기도 했다.

부인인 맥크레이, 뉴욕시 보건국장인 메리 바세트도 함께 방문했다.

이 미트볼 식당은 뉴욕으로 돌아온 스펜서가 식사했던 곳으로, 23일 스펜서의 에볼라 감염 사실이 확인되자 24일 점심때 문을 닫고 관계 당국의 점검을 받고 나서 오후 6시께 다시 문을 열었다.

더 블라지오 시장 등 일행 3명은 미트볼 접시를 깨끗이 비움으로써 에볼라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식당을 찾은 일반인들도 스펜서가 방문해서 식사했다는 사실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식당에서 식사를 끝낸 존 펠츠는 “(에볼라와 관련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음식이 정말 맛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