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국방장관 지명 ‘무난’…한반도정책 기조 유지될듯

카터 국방장관 지명 ‘무난’…한반도정책 기조 유지될듯

입력 2014-12-06 00:00
업데이트 2014-12-0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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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전략보단 ‘안살림’ 주력…백악관 참모들과 ‘호흡’ 잘맞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집권2기 후반기의 대외 안보정책을 진두에서 지휘할 새로운 국방수장에 애슈턴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을 낙점했다.

이번 인선은 일단 정책의 연속성을 중시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워싱턴 내부의 평가다. 오바마 집권1기의 국방정책을 집행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인사를 다시 승진 기용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안보회의(NSC)를 중심으로 한 오바마 외교안보팀과의 ‘호흡’을 고려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터 지명자는 주로 민주당 행정부에서 국방부의 요직을 거친 인물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출신이었던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달리 ‘정치적 DNA’가 같아 정책조율 과정에서 혼선과 잡음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카터 지명자가 이날 백악관에서 수락연설을 마치고서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을 덥썩 끌어안아 그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여기에 카터 전 부장관은 대외 군사전략보다는 예산과 무기 획득 업무에 정통한 ‘실무형’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대외안보 정책의 틀과 방향을 조정하는 백악관 참모들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큰 틀에서 대(對) 한반도 정책에 궤도 수정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다만, 카터 지명자가 과거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론’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대북 군사정책이 더 강경해질 가능성은 있다.

카터 지명자는 2006년 6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 2호 시험발사를 공언하자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함께 선제 타격을 공개로 주장한 바 있다.

카터 지명자와 페리 전 장관은 당시 워싱턴포스트(WP)와 타임에 잇따라 공동 기고문을 싣고 “핵무기를 갖고 미국에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나타내는 나라에 ICBM 개발을 허용해선 안 된다. 북한이 대포동 2호의 연료를 빼내고 격납고에 도로 집어넣기를 거부한다면 이를 선제로 정밀 타격해야 한다”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제언했다.

두 사람은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각각 국방장관과 국방차관보로서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실제 ‘준비’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02년 역시 WP에 낸 공동 기고문에서 1994년 제네바 핵 합의에 이르기 전 북한이 플루토늄에 기반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막고자 거의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북한 핵시설을 공격하고 뒤이을 전쟁에 대비해 미군 수십만 명을 동원할 계획을 준비했다”며 “그해 첫 6개월을 대부분 한반도에서의 전쟁에 대비하면서 보냈다”고 회고했다.

카터 지명자는 2003년 2월에는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연료 재처리를 시작한다면 영변 핵시설에 대해 ‘조준’(pinpoint) 타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터 지명자의 이런 언급은 북한의 위협이 고조된 특정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오히려 카터 지명자는 민주당 성향의 학자 출신으로 대북 ‘압박’보다는 상대적으로 ‘포용’을 중시하는 정책적 색깔을 띠어왔다는 게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1993년부터 1996년까지 국방부 국제안보정책 담당 차관보로 일했던 카터 지명자는 당시 제1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자 국방부 관리로서 북한과의 핵 협상에 관여했던 인물이다.

카터 지명자는 또 한국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으로 한반도에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1999년 5월25일부터 나흘간 대북정책조정관 페리가 클린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대표단에 동행했다.

페리 일행은 클린턴의 친서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통해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에게 전달하고 당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회담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카터 지명자가 대북 정책을 지금보다 더 강경하게 끌고 가기보다는, 대북 억지에 초점을 맞춘 한·미동맹 강화 기조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기조에 맞춰 정책의 강도와 방향을 미세조정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북한이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중대도발 행위에 나선다면 그때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한반도 정책 이외에 이슬람 국가(IS) 격퇴와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의 경우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에서 더 강경한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집권 1기부터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입안하는데 관여해왔다는 점에서 역내 안보질서 재편과 대(對) 중국 견제전략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내에서는 카터 지명자가 대외 군사전략보다는 2016년부터 본격화되는 시퀘스터(예산 자동감축)에 따른 국방예산 감축 문제를 대처하는 데 오히려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카터 전 부장관이 대규모 예산을 다뤄 본 경험이 있는데다 공화당과도 오랫동안 여러 현안을 놓고 정책 조율을 해왔기 때문에 예산감축 협상에서 ‘수완’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터 전 부장관의 상원 인준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에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6∼2008년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의 참모 역할을 한 점 등을 들어 그의 인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지”(ally)라는 표현도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114대 회기에 공화당 강경파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이 국방장관 인준을 심의하는 상원 군사위원장을 맡게 된다는 점에서 상원 인준이 무난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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