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제네거 퇴임 전 감형은 추악한 정치거래”

“슈워제네거 퇴임 전 감형은 추악한 정치거래”

입력 2014-12-24 16:25
업데이트 2014-12-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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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유권무죄’ 실상 폭로…”희생자 부모만 불쌍”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퇴임을 하루 앞두고 당시 주 하원의장의 아들을 감형시켜준 행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23일(현지시간) ‘항소를 초월한 권력’(A Power beyond Appeal)이란 제목으로 1면 머리기사와 내부 3개 면에 걸쳐 뒤늦게 “추악한 정치적 거래와 미국판 ‘유권무죄 무권유죄’ 실상”을 폭로했다.

신문에 따르면 에스테반 누녜즈(당시 21세)는 지난 2008년 10월 라이언 제트(당시 21세)와 함께 루이 산투스(당시 20세)를 칼로 찔러 숨지게 하고, 산투스의 친구 2명에게 자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검찰과 ‘플리바겐’(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협상을 통해 형량을 경감받거나 조정하는 사전형량조정제) 협상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각각 살인죄 등으로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011년 1월 에스테반 누녜즈의 형기는 16년에서 절반인 7년으로 감형됐다.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퇴임을 하루 앞두고 주지사 권한을 활용해 에스테반의 감형 신청서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그의 주지사 재임기간 8년 가운데 감형 처분은 에스테반이 유일하다. 당시 유사한 범죄로 수감돼있던 죄수들이 3천400여 명에 달했으나, 이 가운데 에스테반만이 감형을 받았다.

슈워제네거는 감형 이유에서 “에스테반은 단순범행 가담자인 데다 초범이라는 점을 감안했고, 가해자인 라이언 제트는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살인을 저지르는 등 죄질이 나쁜 자로 이와 동일한 형량을 부과한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밝혔다.

당시 언론은 슈워제네거가 감형해준 것을 놓고 주지사의 권한 남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검찰과 피해자 부모들은 슈워제네거의 감형 무효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기각됐다.

여기에는 슈워제네거와 에스테반의 아버지의 정치적 관계가 깊이 투영돼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에스테반의 아버지는 주 하원의장을 2번이나 지냈으며, 현재는 유명 로비회사 대표로 있는 캘리포니아 주 유력인사인 파비안 누녜즈다.

실제로 공화당 출신의 슈워제네거 전 주지사와 주 하원의장으로 민주당을 이끌었던 파비안은 외견상 정적이었지만, 줄곧 절친한 정치적 동맹관계를 유지해왔다.

오스트리아 이민자 출신으로 2003년 주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슈워제네거와 파비안은 처음에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2005년 11월 슈워제네거가 민주당이 장악한 주의회를 개혁하겠다며 3개의 발의안에 대한 주민투표에서 참패하고 그 결과 지지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둘의 관계는 반전을 맞게 됐다.

이후 슈워제네거는 종전의 태도를 바꿔 친(親)의회로 선회했고, 이들은 함께 만찬을 즐기고 자주 통화하는가 하면 그 해 11월 중간선거에서 370억 달러에 이르는 사회간접자본 기금 마련 캠페인을 공동으로 전개하기도 했다.

이들의 부인도 공교롭게 이름이 모두 ‘마리아’이고 자녀양육 문제나 성격, 기호 등이 같아 절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슈워제네거는 아직 구체적인 감형 이유와 정치적 배경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슈워제네거로부터 감형 조치를 받은 에스테반은 2016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할 예정이다.

당시 이 사건을 맡았던 차석검사 릭 클래비는 “에스테반은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고, 사건을 저지른 뒤 증거를 없애고자 현장을 어지럽혔고, 흉기를 강에 버리기까지 한 살인범”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시 상관이었던 보니 두마니스 검사가 자신의 기소율을 높이기 위한 욕심에 말도 안 되는 플리바게닝 협상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백 없고 힘 없는’ 피해자 부모는 외아들을 잃은 슬픔 외에도 자신의 정치적 야심에 흔들려 플리바게닝 협상을 한 검사와 살인자에게 감형 조처를 내린 슈워제네거로부터 희생된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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