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선100일 전략…‘법-질서’ 앞세워 불안-분노표심 공략

트럼프의 대선100일 전략…‘법-질서’ 앞세워 불안-분노표심 공략

입력 2016-07-31 10:52
업데이트 2016-07-3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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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경합주 중심 선거운동…‘논란 만들기’ 전술 사용 예상

미국 대선이 31일(현지시간)로 꼭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경선과정에서 각종 막말과 기행 논란에도 승리를 거머쥔 도널드 트럼프가 본선에서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주목된다.

지난 21일 끝난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됐을 뿐 아니라, 공화당이 어떻게 오는 11월 대선을 어떤 전략을 갖고 준비할지를 추측할 단서들도 나왔다.

30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가장 먼저 드러난 단서는 ‘법과 질서’다.

지금의 미국이 국내 치안이나 외부 적대세력으로부터의 안보라는 측면 모두에서 취약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강력한 질서를 확립해 선량한 미국인들을 안심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법과 질서에 대한 강조는 1968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승리 전략이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베트남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극심한 상황에서 반전운동이 힘을 얻으며 미국 진보주의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었고, 같은 시기 득세한 반체제 문화 ‘히피’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계기가 됐다.

그와 더불어 마약을 비롯한 강력범죄 역시 미국에서 만연했고, 이런 모든 상황은 당시 미국 사회의 중심이었던 백인 중산층에게는 일종의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의 폴 매나포트 선거대책본부장도 트럼프가 추구하는 ‘강력한 질서 확립자’라는 이미지의 모델 중 하나가 닉슨 전 대통령이었다고 인정했다.

전날 공개된 첫 공식 대선후보 선거광고 영상에서도 트럼프는 ‘트럼프 포스 원’이라는 별명을 얻은 자신의 전용기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 해군력의 상징이었던 아이오와급 전함의 모습을 동원해 ‘힘’을 내세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법과 질서는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국무장관 재직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고, 여기에 국가기밀이 포함돼 있어 논란을 야기한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 재임 시절이던 2012년 무장세력이 리비아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이 숨진 ‘벵가지 사건’을 고리로 클린턴이 거짓말을 일삼고 위법행위를 일삼았음에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가 공략하는 또 다른 유권자들의 심리는 바로 ‘분노’다.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는 금융체계를 정상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해 구제금융과 양적완화 정책을 폈고, 전체적인 경제지표 면에서 그런 전략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 경색 때문에 수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회생의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런 현상은 동부나 서부 해안지역보다는 중부 농업·광업 지역에서 두드러졌으며, 그렇게 타격을 입은 지역은 여전히 젊은층의 이탈로부터 기존 주력산업의 공동화에 이르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당연히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분노가 타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금융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고 평가받는 클린턴은 그들이 손쉽게 부패 이미지를 연관시키는 대신 트럼프에게는 ‘자수성가한 해결사’ 이미지를 갖는 배경이기도 하다.

선거공학적 측면에서 트럼프가 강한 민주당 지지 성향을 지닌 동부와 서부 해안 지역을 포기하다시피 하는 대신 특정한 지지 성향을 갖지 않는 ‘경합주’ 중 일부 지역에 주력하려는 시도 또한 ‘불안’과 ‘분노’에 호소하는 기본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캠프의 선임고문 짐 머피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50개 주 가운데 17개 주에만 집중하는 전술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17개 주는 미주리와 콜로라도, 인디애나 같은 전통적인 중부 공화당 지지 지역과 더불어 플로리다와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같은 경합지역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논란 만들기’도 트럼프가 사용할 주요 전술 중 하나로 꼽힌다.

여성이나 장애인, 소수계에 대한 끊임없는 비하와 막말에도 불구하고 핵심 지지층이 트럼프로부터 등을 돌리지 않았음은 트럼프의 대선후보 지명 과정을 통해 사실상 입증됐기 때문에, 트럼프는 클린턴을 흔들기 위한 방법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서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논란을 만들 것이라고 정치 분석가들은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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