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상무부장 “美기업의 발전 환영”
외자기업 ‘脫중국’ 우려해 달래기
관영매체는 “美기업 탓 中이 피해”
미국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컴퓨터 본체 기판에 배치되어 있다. 2023.3.6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 자료
23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전날 왕원타오 상무부장(장관)은 상하이에서 존슨앤드존슨과 3M, 다우케미칼, 머크, 하니웰 등 미국계 기업 대표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왕 부장은 “중국이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추진하고 외자 유치를 강화하고자 규칙과 규제, 관리, 표준 등 제도적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국은 경제 회복세를 유지하고 시장 잠재력을 방출하고 있다”며 “미국을 포함한 각국 기업이 중국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상무부는 앞으로 외국인 투자 권익을 보호하고 일류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 기업이 발전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번 좌담회가 마이크론 제재 충격을 ‘물타기’하려고 급조되진 않았지만, 왕 부장은 외자기업들의 동요를 우려해 경제 개방을 강조하는 전략적 발언을 구사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도에 호기롭게 ‘맞불’을 놨지만, 미국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한 중국의 고민이 녹아 있다.
앞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 21일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들에게 이 회사 제품 구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마이크론이 공급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운데 첨단 제품은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구형 제품은 자국 업체가 대체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마이크론에 대한 베이징의 제재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3일 “그간 마이크론은 미국의 대중 과학기술 규제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며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가장 큰 피해를 끼친 미국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3위 업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본격화하면 가장 먼저 무너질 업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에 마이크론은 ‘중국 업체들이 부당한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며 워싱턴에 꾸준히 중국 반도체 제재를 요구했다. 2017년 중국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JHICC)를 기술 도용으로 고소했고, 미 행정부의 제재까지 받은 JHICC가 막대한 투자금만 날리고 폐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펑황신문은 이 회사가 “2018년부터 최근까지 5년간 미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954만 달러(약 125억원)를 썼고, 로비의 핵심 목표는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였다”고 비난했다. 마이크론이 중국 시장에서 큰돈을 벌면서도 미국 내 반중 여론을 등에 업고 중국 경쟁자들을 여러 방식으로 괴롭힌다는 것이 베이징의 시각이다.
2023-05-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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