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버스 태워 끌고가더니… ‘탈영병 급증’ 우크라, 올해만 6만건

강제로 버스 태워 끌고가더니… ‘탈영병 급증’ 우크라, 올해만 6만건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4-12-02 10:58
수정 2024-12-0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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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 수, 앞선 2년 총합의 2배 육박
해외 훈련 캠프 지원한 뒤 탈영하기도
통제 힘들어지자 처벌 완화 법안 통과
향후 3개월간 16만명 더 징집할 계획
“세금 미납자부터 징집”… 반발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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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키이우의 한 묘지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군인들이 도네츠크주 차시브 야르 인근 전투에서 전사한 병사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2024.11.30 AP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키이우의 한 묘지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군인들이 도네츠크주 차시브 야르 인근 전투에서 전사한 병사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2024.11.30 AP 연합뉴스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진격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탈영한 우크라이나 군인 수가 앞선 2년간(2022~2023)의 탈영병 수를 합친 것보다 거의 2배나 많다고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검찰은 지난 1~10월 약 6만건의 탈영 사건을 접수했다. 이는 전쟁이 발발한 2022년과 전선이 고착화했던 지난해 2년 동안 접수된 사건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탈영병 급증은 러시아가 더 많은 영토를 점령해가면서 우크라이나가 최전선 병력 보충에 고군분투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FT는 짚었다.

최근 집단 복무 거부 사건이 발생한 것도 탈영병 급증의 일례다. 지난 10월 말 123여단에 속한 수백명이 동부 요충지인 도네츠크주 부흘레다르에서 진지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가운데 약 100명은 이례적인 공개 집회를 열어 훈련과 무기가 부족하다며 전투 임무 수행 거부 정당성을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123여단의 한 장교는 “우리는 자동소총만 갖추고 부흘레다르에 도착했다. 전차 150대가 있을 거라고 들었지만, 실제로는 20대만 있었다.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장교는 “전쟁이 일어난 이후 3년간 부대에 단 한 번의 교대도 없어 휴식을 취하거나 신병들과 훈련할 수 없었다”며 “1년 전 이미 폐허가 된 마을을 지키기 위해 부하들을 위험에 빠뜨릴 이유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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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24기계화여단 소속 한 군인이 29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주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4.11.29 24기계화여단 제공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 24기계화여단 소속 한 군인이 29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주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4.11.29 24기계화여단 제공 AP 연합뉴스


123여단 탈영병 중 일부는 전선으로 돌아갔지만, 다른 일부는 잠적한 상태이며 소수는 재판 전 구금 상태에 있다.

탈영을 목적으로 해외 훈련 캠프에 지원하기도 한다. 군 복무 연령의 남성들은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동맹국의 훈련 캠프로 간 뒤 탈영을 하는 것이다.

익명의 한 폴란드 보안 관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매달 12명의 우크라이나 남성이 폴란드에서 군사 훈련을 받다가 탈영한다고 FT는 전했다.

탈영병이 급증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들을 통제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의회는 지난달 21일 늦게라도 부대로 복귀하는 초범에 대해선 사법당국이 기소를 기각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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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24기계화여단 군인들이 29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주 모처에서 탄약을 다루고 있다. 2024.11.29 24기계화여단 제공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 24기계화여단 군인들이 29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주 모처에서 탄약을 다루고 있다. 2024.11.29 24기계화여단 제공 EPA 연합뉴스


지난여름 이후 러시아의 공세가 점차 거세짐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수복하는 게 어려울 정도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지난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464㎢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700㎢에 이른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징집 장교들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남성을 폭행하면서 강제로 끌고 가는 모습 등이 촬영되는가 하면 징집 목록에 없는 남자들을 버스에 몰아넣어 훈련소로 보내는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최근 강제 징집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자발적 지원으로 전환해 병사들이 소속 부대와 직무에 대한 선택권을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앞으로 3개월 동안 약 16만명의 남성을 더 징집할 계획이다. 미국과 영국 등 동맹국들은 현재 25세인 징집 연령을 18세로 낮춰 징집 인원을 늘릴 것으로 촉구했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번달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 징집통지서를 가장 먼저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메시지가 조국을 방어하는 일이 일종의 ‘처벌’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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