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간 조선악기 120년만에 한국으로 귀환

미국에 간 조선악기 120년만에 한국으로 귀환

입력 2013-09-25 00:00
업데이트 2013-09-2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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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3년 시카고만국박람회 출품악기 국적기에 실려 귀국

“120년만에 모국으로 돌아가는 조선악기를 운반하게 돼 가슴이 벅차지만 떨립니다. 무사 귀환이 최우선이죠…”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만국박람회에 출품된 조선악기 8점이 한국으로 돌아간다. 무려 120년만이다.

국립국악원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준비하고 있는 ‘미국으로 간 조선악기 특별전’을 위해서다.

24일(현지시간) 낮 미국 뉴욕 외곽의 케네디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앞둔 아시아나여객기에는 철저한 보안 속에 조선악기 8점이 실렸다.

당초 박람회에는 거문고, 당비파, 양금, 해금, 피리(2점), 대금, 생황, 용고, 장구 등 모두 10점이 출품됐지만 보관 상태가 좋지 않은 해금과 용고는 120년만의 귀환에서 빠졌다.

케네디공항에 나와 조선악기 8점이 항공기에 실리는 과정을 총괄 지휘한 서인수 아시아나항공 뉴욕 화물지점장은 연거푸 “악기가 모두 무사히 고국으로 가야 할 텐데…”라며 걱정했다.

특히 서 지점장은 귀환 악기 모두 안전과 파손 방지를 위해 특별포장된 상태여서 실제로 악기를 볼 수 없는데도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는 “고국 땅을 100년 넘게 떠났던 악기를 국적기로 다시 싣고 가게 돼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날 악기와 함께 뉴욕에 도착한 미국 박물관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꼬박 밤을 새우며 악기를 ‘돌봤다’고 서 지점장은 전했다.

당초 이들 악기는 25일 아시아나 화물기 편으로 운송될 예정이었으나 특별전 주최측 등의 요청으로 하루 앞당겨 여객기편으로 한국으로 향했다.

악기들이 뉴욕공항에서 한국땅을 밟으려면 불과 13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들 악기가 1893년 미국 땅에 내리기까지는 약 40일이 걸렸다.

악기들은 박람회 출품을 총괄한 참의내무부사 정경원과 함께 3월23일 제물포를 출발해 한 달 하고도 닷새만인 4월28일 시카고에 도착했다.

조선악기의 시카고만국박람회 출품은 조선의 자주적 근대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악기와 함께 시카고에 갔던 악공 10명은 박람회가 끝나자 모두 귀국했으나 악기들은 모두 미국 보스턴 인근 피바디에섹스박물관에 기증됐다.

이번에 귀환하는 악기 8점은 역사적 측면은 물론 음악사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립국악원 주재근 학예연구관은 “청나라의 내정간섭이 심한 상황에서 고종은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주국가임을 내세우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주 연구관은 “특히 박람회에 청나라가 참가하지 않는 소식을 듣고 적극적으로 출품한 뒤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위해 기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번 악기 대부분은 희귀품들이라고 주 연구관은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소장하고 있는 당비파는 거의 근대 이후에 만들어졌지만 이번 당비파는 그에 앞서 제작된 희귀품이라는 것이다.

또 피리는 입에 대고 부는 부분(서)이 남아있는 유일한 것이어서 역사적 가치가 높고, 장구 역시 궁중행사용으로 만든 것으로 여타 장구보다 훨씬 큰데다 용무늬를 넣어 희소성이 있다고 주 연구관은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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