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시절 문명의 상징은 이발소와 목욕탕

대한제국 시절 문명의 상징은 이발소와 목욕탕

입력 2014-04-16 00:00
업데이트 2014-04-16 14:1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본인이 이발 졸업생을 고빙하고, 소독기계를 특별히 신설하였사오니 첨군자는 종로 어물전 뒤 고등 이발소로 내림하시기를 희망함. 홍종윤.”(이발광고, ‘대한매일신보’, 1908.10.28)

100여 년 전 대한제국의 명운이 다해가던 시절 이발사는 신종 직업이었다. 단발령과 함께 등장한 이발소는 문명화 과정에서 탄생한 근대적인 공간이었다.

이 광고에서는 또 요즘 쓰지 않는 ‘고빙’(雇聘, 학식이나 기술이 뛰어난 사람에게 어떤 일을 맡기려고 예의를 갖춰 모셔 옴)이나 ‘첨군자’(僉君子, 여러 점잖은 사람, 여러분)라는 단어도 눈에 띈다.

이발소와 아울러 목욕탕과 세탁소도 첨단 문화의 상징이었다.

사진기를 둘러싼 소동도 흥미롭다. 1888년 조선 저잣거리에서는 ‘양인(洋人)이 어린아이를 삶아 먹고 눈알을 뽑아간다’는 소문이 널리 돌았다. 고종은 들썩이는 민심을 다독이려고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소문의 발단은 사진기였다. 사진기라는 기기를 처음 접한 백성은 암실(暗室)에서 생생한 그림을 뽑아내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소문을 낸 것이다.

이 같은 풍속도는 당시 신문에서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신간 ‘저잣거리의 목소리들’은 ‘대한민보’의 시사만평과 여러 신문의 3면 기사를 분석해 대한제국 때의 세상살이를 입체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당시 신문 1면은 논설, 관보, 외신을 중심으로 한 정론 기사를 다룬 반면 3면은 잡보, 소설, 지방통신, 기담, 광고 등을 담았다. 사회의 여러 표정을 잘 반영한 지면이 3면인 셈이다.

’세계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 ‘학교의 탄생’ ‘사라진 직업의 역사’ 등에서 꾸준히 한국 근현대의 풍속을 연구해 온 문화학자 이승원 씨가 썼다.

이도영 화백이 그린 ‘대한민보’ 시사만평은 문명개화, 친일 등 당대의 이슈를 예리한 시선으로 폭넓게 다뤘다. 저자는 시대상을 잘 반영한 시사만평 29컷을 골라 테마별로 실었다. ‘대한민보’ ‘한성순보’ ‘독립신문’ ‘대한매일신보’ 등 근대 초기 신문과 국사편찬위원회가 펴낸 ‘고종시대사’ 등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 구체적인 생활상도 되살렸다.

’스캔들-권력자의 성적 문란과 도덕적 해이’, ‘만민공동회-백정과 신기료장수가 꿈꾼 세상’, ‘생계형 협력자-’한일합방’을 꼭 이뤄주세요’ 등 15장으로 나눠 분석했다. 또 당시 분위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사진자료 64장도 담았다. 천년의상상.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