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재난보도 부실에 ‘분통’…KBS “최선 다했다”

방송사 재난보도 부실에 ‘분통’…KBS “최선 다했다”

입력 2016-09-13 09:54
업데이트 2016-09-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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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5.8 강진 났는데도 드라마 등 정규방송 그대로

국내 역대 최대인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해 국민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재난보도를 제때 내보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를 비롯한 방송사들은 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피해 상황이나 지진 대처법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채 드라마 등 정규방송을 그대로 내보내 빈축을 샀다.

뉴스 방송 중 이어진 지진 보도도 현장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신속히 알리고 지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주민 입장에서 안내하기보다 단순 상황 전달과 과거 지진 발생 현황 소개 등 형식적인 대응 뿐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규모 5.8 강진 났는데 웬 드라마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전날 오후 7시 44분 규모 5.1로 처음 발생한 데 이어 50여분 뒤인 오후 8시32분 처음보다 더 강한 규모 5.8로 커졌다. 이후 규모 2∼3의 여진이 계속 이어졌다.

주민들이 머물던 아파트에서 뛰쳐나와 갈팡질팡하고 있는 시간에 방송사들 가운데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재난보도로 긴급 전환한 곳은 없었으며 대부분이 정규방송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 1TV는 1차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우리말 겨루기’를 방송한 데 이어 8시25분부터 일일연속극 ‘별난 가족’을 그대로 내보냈다.

물론 방송 중간에 뉴스특보를 끼워 넣긴 했지만 TV를 통해 지진 대피요령 등에 대한 정보를 갈구하고 있던 시청자들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던 방송사에 불만을 표시했다.

MBC TV는 오후 8시께부터 ‘뉴스데스크’를 방송했는데 9번째 뉴스로 지진 소식을 처음 전한 뒤 후반에 지진 뉴스를 추가했다.

이어 오후 9시부터는 일일드라마 ‘워킹맘육아대디’를 예정대로 방송하다 9시32분부터 뒤늦게 지진에 대한 ‘뉴스특보’를 내보냈다.

SBS TV는 오후 8시부터 시작한 ‘8시 뉴스’에서 4번째 뉴스에서 지진 소식을 전했다가 후반에 뉴스를 추가했다. 이어 9시부터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생활의 달인’을 그대로 방송했다.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이날 밤 늦은 시간을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으로 채웠다.

TV조선, 채널A, MBN, JTBC 등 종편 채널들은 지진 발생 당시 정규 뉴스를 내보냈으나 JTBC를 제외하고는 지진 소식을 신속하게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나마 JTBC는 8시 정규 뉴스를 위해 준비했던 보도 내용을 취소하고 지진특보 형태로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종편 채널들도 정규 뉴스 이후에는 예능 프로그램 등을 예정대로 방송했다.

◇ 시청자들 격앙된 반응 “국민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시청자들은 대부분의 방송사가 이번 강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한가하게 드라마 등 정규방송을 내보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누리꾼인 ‘MY WAY’는 “국민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공영방송은 여유롭게 연속극만 내보내 속이 뒤집어진다”는 댓글을 관련 기사에 남겼다.

네이버 아이디 ‘kim6****’는 “지진 때문에 겁에 질려 TV를 켰더니 KBS는 여전히 드라마만 보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jack****’는 “부산에 사는데 7시40분경 지진 나고 10분 뒤에 전화 문자 보니 지진 났으니 주의하라고 했다”며 “불안해 TV를 틀어봐도 죄다 드라마, 예능이고 자막만 나오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음 아이디 ‘안녕아프리카’는 “도대체 공중파 3사는 재난 상황에서 이래도 되는 거냐”며 “세월호 때도 그러더니”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네이버 누리꾼 ‘coli****’는 “정규방송 그만하고 재난방송 좀 하라”며 “수도권이 멀쩡하면 재난 아닌지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kald****’는 “1차 5.1의 강진에 국민이 떨고 있었을 때 바로 드라마 끊고 재난방송을 보냈어야 옳았다”며 “그렇게 했으면 뒤이어 5.9의 강진이 왔을 때 덜 우왕좌왕했을 것이고 미리 준비라도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이 흔들려 가구와 식기들이 깨지는 것을 목격한 국민이 무서움에 비명을 지르며 비 오는 거리로 도망치듯 거리로 뛰어나와 떨고 있는데 국민이 드라마보다 못했는가? 그래서 화면 하단에 자막 넣는 것으로 재난방송을 다했다고 말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나마 뒤늦게 이뤄진 지진 보도에 대해서도 내용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네이버 아이디 ‘phk2****’는 “지진 중계방송만 하고 있는 정부 당국이나 방송국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대처 요령이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행동요령은 알려주지 않고 국민 불안만 조장하는 방송 짜증 난다”고 했다.

라디오 방송도 비판을 면치 못했다.

‘sunn****’는 “지진 때문에 밖으로 나와서 차안에서 라디오 들으려고 했는데, 뉴스 조금 나오더니 전부 음악 방송”이라며 “비상시에는 뉴스 방송과 연결해서 관련 정보가 계속 나오게 해줘야 하는데 진짜 개념이 없다”고 꼬집었다.

일본에서 살다 왔다는 누리꾼 ‘goch****’는 “일본 사람들처럼 ‘유레쿠루’라는 지진 알림 앱을 사용하고 있는데, 지진이 나기 5초 전에 싸이렌이 울려서 TV를 켰더니 아무것도 안 하더라”며 “혹시나 해서 일본쪽 방송을 보니까 한국에 지진났다고 보도하더라”고 전했다.

◇ KBS “재난방송 주관사로서 최선 다했다”

KBS는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로서 지진 재난상황을 신속하게 국민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KBS는 “지진발생 3분만인 저녁 7시 47분 1TV를 통해 지진 발생 사실을 자막으로 내보낸 뒤 속보 체제로 전환해 재난 정보 확보와 확인 작업에 나서고, 전국 취재망을 동원해 현장 취재와 속보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1TV를 통한 지진 발생 자막은 7시 52분에 이뤄진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 발송보다 5분이나 빨랐다고 강조했다.

이후 7시 51분에도 지진 관련 자막을 한번 더 내보낸 뒤 첫 자막 속보가 나간 지 12분만인 저녁 7시 59분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4분 동안 뉴스특보를 방송했다고 전했다.

KBS는 “다만 확인된 정보가 한정돼 있어 더 이상 특보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KBS는 오후 8시 32분 규모 5.8의 강진이 추가로 발생한 2분 뒤부터 뉴스속보 자막이 끊기지 않도록 했으며, 일일드라마 ‘별난가족’ 중간에도 뉴스특보를 4분간 방송하고 오후 9시부터 특집 ‘뉴스9’를 통해 재난 상황을 전달했다.

정규 방송인 ‘뉴스9’ 이후에도 저녁 10시부터 60분간 뉴스특보를 방송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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