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세 ‘비정시공’ 출판기념회
“이번 작업은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색약인 제가 어떻게 컬러 만화를 할 수 있을지, 오프라인 만화에 집착해 오던 제가 온라인 만화와의 중간 지점을 어떻게 찾을지, 외국(만화시장)에서 어떤 자리를 꿰찰지 등등 모든 게 도전이었습니다.”이현세 작가가 11일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한국형 느와르 ‘비정시공’ 출판기념회를 갖고 ‘왜 다시 남자 이야기를 꺼내들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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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재를 시작한 3부작 마지막 ‘레드 파탈’도 남자 뱀파이어 이야기다. 다시 강한 남자 이야기로 돌아간 계기는.
-1994년 ‘남벌’ 이후로 통 남자 이야기를 다루지 못했다. 3년 전에 갑자기 남자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 매체가 어머니, 아줌마, 여성 위주로 가고 있어 남자를 그려보고 싶었다. 역발상이다. 사실 나도 가정에서 집사람의 권력이 세지면서 많이 위협받고 있어 위기 의식이 있었다.(웃음)
→곽경택 영화감독도 (출판기념회에) 왔던데 영화로 만들게 되나.
-구색 맞추기 위해 온 거다.(웃음) 기회가 닿으면 3부작 가운데 하나 정도 영화로 만들고 싶다.
→색약이라 컬러 작업이 힘들지 않았는지.
-평생 컬러를 안 하려고 했다. 세종대 강단에 서고 있는 게 도움이 됐다. 학생들 가운데 컬러 감각이 뛰어난 친구들이 있는데, 졸업 뒤 인턴으로 화실에서 작업을 같이했다.
→첫 온·오프라인 시도인데 느낀 점은.
-웹이라는 게 독자들의 즉각적인 댓글을 무시하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더라. 요즘 젊은 작가들은 작품하기 정말 힘들겠다, 이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 하고 느꼈다. 난 전통 오프라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젊은 작가들은 타블릿, 인터넷, 3차원(3D)까지 이용한다. 개인적으로 만화가 인생 30여년만에 새롭게 느끼고 배운 게 많았다.
→한국만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긍정적이다. 한국은 만화 그리는 테크닉이 최고다. 스토리텔링도 최고다. 능력은 최고인데 국내 시장은 거의 없다. 그래서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한국 만화가 세계로 가려면.
-그래픽도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내용도 가벼운 게 아니라 진지하고 깊게 들어가야 한다. 소재 면에서 무협 판타지와 흡혈귀는 한국적인 소재는 아니지만 널리 알려져 있어 배경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장기적으로는 웹에서 서사 만화를 정착시키고 싶다. 1년 정도는 그리스·로마 신화, 아라비안나이트 등을 소재로 어린이 만화 일러스트레이션 책을 만들고 싶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0-08-12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