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병’ 우울증 당신도 갇혀 있나요

‘만들어진 병’ 우울증 당신도 갇혀 있나요

입력 2012-12-15 00:00
업데이트 2012-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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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우울】 에릭 메이젤 지음 마음산책 펴냄

현대사회에서 우울증은 아주 친숙한 개념의 단어로 통용된다. 언론 보도만 보더라도 우울증 환자는 급속하게 늘어가는 추세다. 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가 2007년 49만명에서 지난해 57만명으로 5년 사이 13.9%나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인구의 5%가 우울증을 앓고 있고, 연간 100만명의 자살자 중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마음의 감기’라고 통하는 이 우울증은 대개 정신과적 질환, 즉 정신장애의 질병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어떤 이는 우울증의 확산을 ‘사회의 의료화’ 차원에서 보기도 한다. 우울증 역시 의학적 관리 대상이 아니면서 의료 문제, 그중에서도 질환이나 장애로 정의되고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우울증을 의심 없이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가짜 우울’(에릭 메이젤 지음, 강순이 옮김, 마음산책 펴냄)은 종전의 상식과는 아주 판이하게 우울증을 들여다본 책이다.

미국의 심리치료사이자 창의력 전문가인 저자는 책에서 ‘우울병은 없다’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인간은 누구나 불행을 겪게 마련이고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인 불행이 ‘사회의 의료화’ 차원에서 우울증, 혹은 우울병이라는 말로 포장된 채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가짜 우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 ‘가짜 우울’의 현상을 ‘언어의 부패’라고까지 혹독하게 말한다.

우울증이 만들어진 정신장애이자 문화적 최면에 휘둘리는 것일 뿐이라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저자는 자신만의 실존 프로그램을 실천하라고 강권한다. 그 프로그램의 바탕은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의 생각은 나에게 중요한 것에 맞춰져 있는가.’, ‘나의 행동은 나에게 중요한 것에 맞춰져 있는가.’라는 진지한 질문이다. 자신을 중심에 두고 자신의 욕구와 필요, 가치를 고려해 의미를 먼저 만들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 자신에게 의미 있는 어휘로 이루어진 문장을 만들어 매일 아침 되뇌며, 하루를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지 계획을 마련하고 삶의 목적과 비전을 세워 자신의 의미 의도를 늘 마음에 간직하게 된다면 인생의 의미가 흔들릴 때 어떻게 대처할지 구체적인 방법까지를 찾을 수 있다는 프로그램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우울증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우리 모두를 점점 더 불행으로 몰아갈 뿐”이라고 못 박는다. 그러면서 ‘편의상 만들어진 우울증’에 대한 저자 자신의 주장에 반드시 동의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대신 “우울증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버리고 먼저 자신의 자유를 되찾으라.”고 권한다.

실존주의 철학에 바탕을 둔 저자의 이론은 다소 복잡하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우울을 권하는 사회에 사는 우리 안에 이미 치유의 힘이 존재한다.’는 말은 책 읽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위안이 될 것 같다. 1만 4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2-12-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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