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책세상] 청나라 궁중암투… 中 공직사회 장수 비법 본다

[지구촌 책세상] 청나라 궁중암투… 中 공직사회 장수 비법 본다

입력 2014-04-26 00:00
업데이트 2014-04-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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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상국

중국에서 ‘관장(官場·관가)소설’로 불리는 정치소설은 대표적인 인기 장르다. 시대와 상관없이 공직사회의 음모와 암투를 주요 소재로 다룬다는 점에서 특정 역사나 실존 인물 중심으로 쓰였더라도 대하소설이나 역사소설과는 다른 독립 분야로 분류된다. 정치소설로 히트 친 작가들이 중국 부자 작가 순위에 대거 이름을 올릴 만큼 중국 출판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대청상국’(大淸相國)은 지난해 7월 출간돼 4월 현재까지 당당망(當當網) 등 인터넷 서점에서 꾸준히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국화(??) 메이츠(梅次)의 이야기’, ‘창황’(蒼黃) 등 정치소설로 유명한 공무원 출신 작가 왕위에원(王躍文)의 작품이다. 50년간 강희(康熙)제를 보필한 장수 상국(조선시대 영의정격) 진정경(陳廷敬)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당시 그와 함께 시대를 풍미한 유명 대신들 사이의 암투와 그들의 명멸 과정을 그렸다. 과거를 보러 간 주인공 진정경이 우연히 조정의 입시 비리 행각을 목격한 뒤 동료 시험생을 죽인 살인자로 누명을 쓰는 이야기로 시작해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이 드라마처럼 이어진다.

작가는 진정경을 주목한 이유에 대해 그가 강희제 시절 선종(善終)을 거둔 유일한 대신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강희제의 친정(親政) 선포에 반발해 군사반란을 일으킨 섭정대신 오배(熬拜)를 비롯해 색액도(索額圖), 명주(明珠), 고사기(高士其) 등 주요 대신들이 사형을 당하거나 귀향·유배되는 비운의 결말로 공직 인생을 마감한 것과 대조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청상국은 공직 사회에서 장수하는 비법을 소개하는 책으로도 통한다.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반부패 운동을 주도하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왕치산(王岐山) 서기가 공무원들에게 필독 도서로 추천했다.

그러나 책이 인기를 끄는 것은 청나라 조정 대신들 사이의 암투를 소재로 했지만 ‘죽의 장막’에 가려져 있는 현 정가의 부패상과 권력 다툼을 현실감 넘치게 담아냈기 때문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중국에선 정치인들의 정보가 베일에 가려져 있고, 공무원 사회와 민간 간 괴리가 크다. 정치 분야에 대한 중국인들의 갈증과 알고 싶은 욕구가 정치소설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는 ‘중국 특색’의 출판 현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소설의 인기가 높을수록 국민의 알 권리와 참여권 등 기본권을 보장하는 ‘투명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4-04-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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