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 사회의 차별에 발버둥 친 여성 이야기] 문학에 저항 담아낸 조선의 언니들

[남성 중심 사회의 차별에 발버둥 친 여성 이야기] 문학에 저항 담아낸 조선의 언니들

입력 2014-06-07 00:00
수정 2014-06-07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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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임유경 지음/역사의아침/248쪽/1만 4000원

쾌족, 뒷담화의 탄생/이민희 지음/푸른지식/288쪽/1만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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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내 인생을 생각해 보니, 금수로 태어나지 않고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행운이었다. 오랑캐 땅에 태어나지 않고 우리 동방 문명국에 태어난 것도 다행이었다. 반면 남자로 태어나지 않고 여자가 된 것은 불행이다.”(김금원의 ‘호동서락기’ 중)

1830년 열네 살 소녀는 그 ‘불행’에 맞섰다. ‘조신’을 강요하던 조선시대에, ‘논어’를 인용해 “증검이 행한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 바람 쏘이며 노래도 부르며 돌아오는 것’을 본받고자 하니 성인도 마땅히 나에게 찬성하실 것”이라면서 부모를 설득했다. 남장을 하고 홀로 금강산 여정에 올랐다.

조선 후기 도학에 밝았던 강정일당은 과거에 급제하지 못해 좌절을 겪는 남편 윤광연에게 “실제 덕이 있다면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무슨 손해리오. 실제 덕이 없다면 헛된 명예가 있은들 무슨 보탬이 되리오”라며 격려했다. 정일당과 함께 문답하고 공부한 윤광연은 당대의 학자 송치규의 사문에 들어가고 명망 높은 학자들과 교유하면서 인정받았다.

조선의 여인들이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덕으로 알고 칠거지악(七去之惡)을 금기로 삼으며 나약한 존재로만 살았던 것은 아니다. 공고한 남성 이데올로기에 저항하고 지력을 쌓으며 존재의 흔적을 남긴 이들도 있었다. ‘조선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그 여성들의 이야기다.

임유경 대구가톨릭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당시 편지와 수필 등을 토대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학동들의 글짓기 연습 표본이 된 한 규수의 소지장(관청에 하소연하는 글), 남편과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몇 년 동안 추적해 복수한 모녀, 결혼한 손녀를 향한 그리움과 삶의 지혜를 담은 할머니의 편지 등 다양한 인물에게서 조선 여인들의 내면과 생활상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쾌족, 뒷담화의 탄생’은 고소설 속에 녹아든 인물을 통해 조선 여성들의 삶을 에둘러 엿본다. 이민희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상하·남녀 관계가 불공평하게 편만해 있던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이를 구속하려는 지배 이념의 갈등을 소설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면서 “일상을 말하고, 욕망을 갈망하며, 일탈을 꿈꾸고, 교화를 전하고자 한” 고소설에서 다면적인 시대상을 드러낸다.

‘방한림전’과 ‘김안국 이야기’에서 이상과 능력을 펼치는 사회를 실현하고자 했던 여성의 모습을 보고, ‘운영전’에서 신분과 생사의 벽을 뛰어넘은 대담한 사랑과 욕망을 이야기한다. 익히 알려진 ‘심청전’에서는 부양을 책임져야 하는 심청의 심정을 적나라하게 들추고, ‘장화홍련전’에서는 계모를 시대의 희생양으로 치환해 다르게 보기를 시도하면서 흥미롭게 풀어 간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2014-06-0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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