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이브가 웃던 곳 ‘성서의 땅’ 터키 그 숨겨진 속살 찾아
성서 속 인물 가운데 아브라함이 있다. 아담의 후손으로, 100세에 아들 이삭을 낳을 만큼 ‘절륜’함을 자랑하다 175세에 세상을 뜬 인물이다. 기독교뿐 아니라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도 ‘믿음의 조상’으로 떠받들고, 방주를 만들었던 노아와도 58년 동안 같은 시대를 살았다니, 이쯤되면 ‘레전드급’이다.앞서 간행된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를 통해 터키 안탈랴 지방의 독특한 역사와 문물을 소개한 저자는 이번엔 남동부 아나톨리아로 떠났다. 저자의 표현대로 “그리스와 로마, 이슬람이 남긴 발자취가 가는 곳마다 옷깃을 잡고 놓지 않았을 만큼” 꼭꼭 숨겨진 터키의 속살을 짚어가는 여정이었다. 아담과 이브가 살았다는 평원을 지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인 유프라테스강을 걷고, 신이 되고 싶었던 안티오코스 1세의 거대한 무덤이 있는 넴루트 산을 발품 팔아 넘었다.
저자는 “예언자들의 도시, 성서의 무대 등의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아나톨리아를 걷는 동안 순례자의 마음이었다.”고 했다. 기독교인이 아닌데도 신성이 깃드는 듯한 희열이 여행 내내 따라 다녔다는 것. 책은 말라티아와 샨리우르파 등 여행지에 대한 기록 외에도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안 먹는 이유, 커피와 카페의 기원, 황후가 된 매춘부 등 재밌는 에피소드를 틈틈이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다양하고 아름다운 사진들 덕에 탄탄한 현장감까지 확보하고 있다. 1만 5000원.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2012-12-06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