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발치는 오전에 하세요

사랑니 발치는 오전에 하세요

입력 2010-09-13 00:00
업데이트 2010-09-1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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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신일영의 덴탈레슨]많은 사람에게 있어서 치아 중 가장 골치 아픈 것이 사랑니다. 별다른 역할도 하지 못하면서 속만 썩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설사 정상적으로 자라났다고 해도 입안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탓에 칫솔질이 잘 안돼 충치나 잇몸염증, 구취(입냄새) 등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니가 뼛속에 묻혀 있으면 낭종이나 종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악궁이 좁은 사람이라면 사랑니가 치열을 흐트러뜨리는 원흉이 되기도 한다.

물론 사랑니라고 해서 모두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사랑니 네 개가 한결같이 반듯하게 자라 나와서 어금니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랑니는 골치아픈 존재인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고 해서 뽑아버리기가 쉽지도 않은게 사랑니다. 존재하는 동안 골치를 썩이는 것 못지 않게 뽑는데도 꽤나 품을 들여야 한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뽑는 과정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뜻이다.

사랑니는 20세 전후해 나는 마지막 어금니다. 소구치와 제1 대구치, 제2 대구치에 이은 네 번째 어금니다. 잇몸 위로 맹출되는 시기는 제각각이어서 연령대의 범위가 15~30세 정도로 넓다. 어쨌든 사랑을 시작할 나이에 난다고 해서 사랑니란 이름이 붙여졌다. 세 번째로 나오는 큰 어금니란 뜻으로 제3 대구치라 부를 때도 있고, 마지막에 나는 치아라 해서 ‘막니’로 부르기도 한다. 영어의 ‘wisdom tooth’를 그대로 번역해 ‘지치(智齒)’라고도 하는데, 이는 지혜로워질 무렵에야 나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처럼 여러 이름을 가진 사랑니는 자라는 모양이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아예 치아가 잇몸 위로 맹출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일부분만 잇몸 위로 나오는 사람도 있다. 정상적 크기로 잇몸 위로 맹출되더라도 비스듬히 기울어져 옆 치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치아가 잇몸 또는 잇몸뼈 속에 숨어 있어도 옆으로 누워 있으면 옆치아의 뿌리에 손상을 가하거나 옆치아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하기 쉽다.

사랑니는 인간이 진화할수록 퇴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치아다. 질기고 단단한 날음식을 주로 먹던 원시시대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익히거나 연하게 가공한 음식을 주로 섭취하기 때문이다. 식생활 변화로 턱뼈가 작아진 것도 사랑니가 제멋대로 자라게 되는 원인 중 하나다.

멋대로 자란 사랑니가 제 구실을 못하면 뽑아내는 것 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다. 특별히 발치에 나이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이면 25세 이전에 뽑는게 좋다. 그래야 치유가 빠르고 치아가 빠진 자리의 뼈가 완전히 재생되기 쉽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사랑니 발치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선 사랑니 자체가 치아중 맨 뒤에 위치해 있어서 발치 작업이 까다롭다. 게다가 치아 자체의 크기도 크고 뿌리가 깊어 발치 후 출혈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아래턱은 위턱보다 뼈가 단단해 아래쪽에 난 사랑니는 일반적으로 발치가 더 어렵다. 자칫 치아를 뽑다가 신경관이라도 손상되면 출혈은 물론이고 신경손상을 입어 턱에 마비현상까지 올 수 있다. 이같은 복잡성 때문에 사랑니 발치는 한꺼번에 하지 않고 기간을 두어 차례차례 하는게 보통이다. 발치 작업이 까다롭고 조심스러운 만큼 사전에 CT나 방사선 촬영을 통해 사랑니의 발육상태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기도 하다.

조심스럽게 작업이 진행되고 소독과 지혈도 꼼꼼히 이뤄지지만 그래도 발치 후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하는게 바로 사랑니 발치다. 그래서 가능한 한 사랑니는 오전에 뽑는 것이 좋다. 발치 후 귀가했다가 갑자기 출혈 및 통증이 심해지는 등의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언제고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데, 이 때 병원문이 닫혀 있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별일이 없더라도 밤 사이보다는 낮 동안 추이를 지켜보는게 심리적으로 더 든든하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랑니 발치는 사람에 따라 큰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고 발치 자체가 어려워 수술을 통해 치아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정도로 사랑니 발치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때문에 발치를 결심했다면 일단 수술 경험이 많은 치과 전문의를 찾는게 현명하다.

■글: 치의학 박사 신일영(예쁜사람치과그룹(구 예다움치과・명동예치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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