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주 순회특파원 세계의 법원 가다] “관사·판공비 없어요”

[정은주 순회특파원 세계의 법원 가다] “관사·판공비 없어요”

입력 2010-02-08 00:00
업데이트 2010-02-0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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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무원 신분… 연봉·복지는 최고 수준

│헤이그·빈·로마 정은주순회특파원│“관사나 판공비가 없다면 믿지를 않지요.”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은 ‘회원국 공무원의 최고 보수를 지급한다.’는 국제기구의 보수 조건을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국제기구에는 출·퇴근용 관용차가 한 대도 없고, 사무실 커피 한 잔도 다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소장은 물론 권오곤 옛 유고슬라비아국제형사재판소(ICTY) 부소장도, 그래서 자가운전자다. 헤이그국제사법회의(HCCH) 한스 반룬 사무총장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우리나라는 차관급 공무원부터 관용차와 운전기사를 지원한다.

그러나 실무 직원에게 국제기구의 근무조건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상당한 기본 연봉에다 각종 수당, 사회보장까지 두루두루 갖췄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 간 물가 차이를 조정하는 추가 보수. 미국 뉴욕, 스위스 제네바, 네덜란드 헤이그 등 다양한 나라에서 근무하는 유엔 직원이 비슷한 생활수준을 유지하도록, 각 나라의 물가를 고려해 총 연봉을 책정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 일하는 P-4(과장급) 직원은 기본 연봉 6만 6482달러(약 7700만원)에 물가조정 보수 4만 2216달러(약 4900만원)를 더해 받는다. 뉴욕의 물가조정 보수를 기준으로 두고 물가가 저렴한 제네바나 헤이그 직원의 총 연봉을 결정한다.

국가를 옮겨 가며 일하다 보니 직원 복지에도 세심하게 신경 쓴다. 낯선 나라에 정착하면 6년간은 주택비의 40%를 보조해 준다. 이사비, 귀국 휴가비, 가족방문 여행비, 해직보상금 등도 제공한다.

자녀 등록금은 대학졸업 때까지 75%를 지원하지만, 연 2만 5000달러(약 2900만원)를 넘지 못한다. 국제공무원이라 세금을 내지 않고 생필품도 국제기구 내 면세점에서 살 수 있다. 비행기 탑승시간이 8시간이 넘으면 직급에 관계없이 비즈니스석 비행기표를 끊어준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사회보장도 든든하다. 건강·생명보험은 기본이고 근무 중 사망하거나 다쳤을 때도 충분히 보상한다.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면 정년(62세)까지 일하고,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이면 연금을 받는다.

ejung@seoul.co.kr
2010-02-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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