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총리실 이전 시작 세종시대 개막

[커버스토리] 총리실 이전 시작 세종시대 개막

입력 2012-09-15 00:00
업데이트 2012-09-1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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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집·찜질방 반반살이… 동료와 전세 동거… 심란한 ‘세종 기러기’들

●행정권력 600년 만의 대이동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세종시에 있는 날은 그냥 찜질방을 이용할까 합니다.”(이전 대상 부처 한 공무원) “내년에 정권 바뀌면 계속 근무할 수나 있을까요.”(한 고위 공직자)

행정 권력이 600여년 만에 서울을 떠나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가적 사업 속에서 ‘세종 기러기’ 생활을 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착잡한 속내다. 아직도 주거를 해결하지 못한 이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14일 밤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무총리실의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청사를 출발하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14일 밤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무총리실의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청사를 출발하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환경부의 한 총각 공무원은 14일 “방을 함께 쓰자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심지어 임대료와 관리비를 모두 내주는 조건으로 함께 살자고 제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러기 생활을 해야 하는 공무원들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기거할 룸메이트를 구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아파트나 임대주택을 마련한 독신들은 같이 지내자는 러브콜 공세에 시달린다. ‘기러기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자녀 학교 최대 고민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 이수열(51), 김해녕(52), 유승규(44) 사무관은 최근 세종시 첫마을 105㎡형 아파트를 전세로 계약하고 이전 후 함께 살기로 했다. 모두 자녀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에 다니고 있어 가족은 두고 혼자 내려가기로 결정한 ‘기러기 아빠’들이다. 방 크기에 따라 각각 4500만원, 3500만원, 3000만원을 내기로 합의했다. 이 사무관은 “직급이 다르면 불편해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 평소 친한 사람들끼리 집을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집 마련한 독신들 인기 상한가

또 다른 공무원은 “월·수요일 세종행 출근버스와 목·금요일 서울행 퇴근버스를 정부가 마련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 경우 세종시에서 자는 날은 사흘밖에 안 되니 서울에서 출퇴근하거나 찜질방에서 자겠다.”고 전했다.

국토해양부의 주부 공무원은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입주 시기가 1년이나 남아 있어 임시 거처를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 때문에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이가 학교를 두 번 옮겨야 하는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정권 바뀌면…” 속타는 고위직

부실한 이주 대책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과장은 초등학생 둘과 유치원생 자녀에 장모까지 모시고 사는 여섯 식구의 가장인데 세종시 이주를 앞두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주 대책에 단독주택은 아예 지원 대상에도 넣지 않았다.”고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 세종시에 있는 학교로 인근 지역의 ‘일진’ 등 불량 학생들이 전학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어 이주를 하더라도 2~3년 정도 지켜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장급 고위 공무원들은 더 속이 탄다. 거처를 마련해야 하지만 드러내 놓고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고위직은 다음 정권에서 물갈이되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농담과 시선이 부담스러워서다.

국무총리실은 14일 세종시 이전의 ‘스타트’를 끊었다. 15일 이삿짐을 넣는다. 총리실은 오는 17일 오전 세종청사 1층 대강당에서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입주식을 한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18일 세종청사를 방문해 이전 현황을 점검한다.

부처종합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2012-09-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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