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데이트] 천호선 컬쳐리더인스티튜트 원장

[주말 데이트] 천호선 컬쳐리더인스티튜트 원장

입력 2010-09-03 00:00
업데이트 2010-09-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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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숨쉬게 하는 건 사람… 문화외교관 길러내는 게 꿈”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천호선(67) 컬쳐리더인스티튜트 원장은 젊다. 인생의 재미를 춤과 미술품 감상에서 찾고, 음양오행과 풍수지리에 관심이 깊으며, 마라톤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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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선 컬쳐리더인스티튜트 원장
천호선 컬쳐리더인스티튜트 원장
1968년 청와대 행정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35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4년 서울 인사동에 쌈지길을 열어 한국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천 원장은 문화 교육자로 ‘제3의 인생’을 시작했다.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로 들어갔던 천 원장은 ‘외부인’이었기에 문화예술을 위해서만 일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문화 예술보다는 공보(국가 정책 홍보)가 상위 개념이었고, 역대 장관도 모두 공보 출신이었다. 1985~86년 문화예술국장으로 일했지만 공보국장이 더 ‘셌기’에 문화와 공보가 나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무원 출신으로 문화예술계에 헌신

그가 공무원으로 일했던 때에 비하면 문화예술인들이 장관으로 임명되는 지금은 매우 고무적이다. 천 원장은 “캐나다에 가 보니 문화부가 ‘디파트먼트 오브 커뮤니케이션(department of communication)’이었다. 문화도 결국 커뮤니케이션에 속한다. 문화가 통제에서 소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총영사관 한국문화원 문정관을 시작으로 덴마크·캐나다 대사관 공보관까지 10여년을 외국에서 근무했던 천 원장은 김동호 부산영화제 위원장과 함께 ‘공무원 출신으로 문화예술계에 헌신해 가장 큰 성과를 남긴 인물’로 꼽힌다.

외국 근무에 앞서 그의 아내 김홍희 경기도미술관장은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 산조를 익혔다. 천 원장은 한국화로 새로운 입지를 구축했던 세 명의 작가 서세옥, 송수남, 황창배를 찾아가 작품을 샀다. 이런 까닭에 미국 뉴욕에서 그의 집은 미술과 음악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외교 사랑방 몫을 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백남준, 존 케이지 등 플럭서스(전위예술 운동) 작가들과 교류해 1993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이 개관할 때 플럭서스 작가들의 전시회를 유치했다. 김홍희 경기도미술관장은 백남준의 예술 이론을 국내는 물론 외국에도 널리 알렸다.

‘천호선’ 하면 인사동 쌈지길을 떼놓을 수 없다. “쌈지도, 톰보이도 외국 수입품의 공세에 버티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천 원장이 쌈지와 일하게 된 것은 동생 천호균 전 쌈지 회장을 돕기 위해서였다. 의류로 시작한 쌈지 매장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꾸밀지 자문했던 것.

●인사동 쌈지길로 미술계 활력 불어넣어

한국 공예품 상점을 주축으로 한 쌈지길이 처음 열렸을 때 명품가게가 즐비한 일본 도쿄의 오모테산도 힐과 건축 구조가 흡사해 관심이 쏠렸다. 계단 없이 오르막길을 빙빙 돌아 매장을 구경하고 가운데 큰 중정을 둔 구조가 비슷했다. 쌈지길이 소규모이긴 하나 사실 오모테산도 힐보다 먼저 생겼다. 천 원장은 “비슷한 시기에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가 특히 미술에 애착을 갖게 된 계기는 집안에 미술을 전공한 누이가 2명이나 있었던 데다 쓰레기더미에서 걸작을 발견한 경험 때문이다. 여동생의 이사를 돕던 그는 연탄재 속에서 심상찮은 한국화 한 점을 보게 됐다. 알고 보니 김기창과 부부 작가로 명성을 떨친 ‘한국 최초의 입체파’ 박래현(1920~1976) 화백의 작품이었다. 미술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개안을 한 경험이었다.

●백남준·존 케이지 등과 교류

쌈지의 부도로 아쉽게 사라졌지만 홍익대 앞의 쌈지스페이스는 미술에 대한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곳. 국내 최초의 창작 거주공간을 작가들에게 제공한 쌈지스페이스는 ‘철저한 물관리’로 명성을 유지했다. 입주 작가들은 그와 김홍희 관장 그리고 다른 작가들이 직접 뽑았다. 현재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가는 작가들은 대부분 쌈지 출신이다.

2기 회원을 모집 중인 컬쳐리더인스티튜트는 작가들의 후원 그룹과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앞장설 수 있는 사람들을 키우고자 만들어졌다. 1기 회원들은 공무원, 교수, 변호사, 기자, 기업체 대표 등 다양했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예술의전당에서 주로 만나 작가와 함께 강의를 듣고 공연을 관람하며 답사를 떠나기도 한다.

문화외교관을 길러 내겠다는 것이 천 원장의 야심이다. “문화를 숨 쉬게 하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을 만드는 것은 교육입니다. 문화교육으로 국민 개개인의 문화적 안목이 높아져야 국가 경쟁력도 향상될 수 있지요. 대한민국이 세계 문화예술 창조의 중심지가 되는 데 앞장서는 사람들을 배출하려고 합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09-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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