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밑바닥 목소리 잊지 않겠다”

李대통령 “밑바닥 목소리 잊지 않겠다”

입력 2010-09-06 00:00
수정 2010-09-0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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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 워크숍 이모저모

“임기를 마칠 때까지 제일 바닥에 있는 분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직접 만났던 어려운 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를 꺼내며 기득권층의 희생도 강조했다.

지난 2일 구리 농수산물시장 방문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43년 동안 손발이 부르트도록 길에서 장사하다가 허름한 가게를 낸 할머니를 만났다.”면서 “그런데 그 할머니는 ‘자신은 가게를 얻었으니 괜찮고, 남편도 죽고 더 힘들어 하는 분이 있는데 가서 위로를 해 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찾아간 시장 상인 역시 ‘저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저 경제가 잘돼서 우리 같은 사람 장사가 잘되게 해주시면 좋겠다.’면서 다른 사람을 걱정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제일 바닥에 있는 사람이 자기보다 바닥에 있는 사람을 위로해 달라고 하고 자기는 (스스로) 헤쳐나가겠다고 했다.”면서 “지도층에 있는 사람, 힘있는 사람들이 그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느끼는 바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 임기를 마칠 때까지 이분들 목소리를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분들이 ‘이제 살 만합니다. 장사가 좀 됩니다.’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국정의 목표를 그런 쪽에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장·차관들도 형식적으로 현장을 다니면 안 되고 그분들 처지에서 만나야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서 “후반기 국정을 수행하는 데 현장을 중시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20여분간 이어지자, 일부 참석자가 눈물을 보이며 워크숍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워크숍에는 장관급 20명과 차관급 50명,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의를 표명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에서는 교원대 김주성 교수의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한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강연과 토론이 있었으며, ‘4대강사업 주요 쟁점’ 및 ‘정기국회 주요 처리 법안’ 등에 대한 보고도 있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번 정기국회가 정부의 중점법안 통과의 마지막 적기라고 생각하고 장·차관은 ‘마부위침(磨斧爲針·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리 힘든 일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공을 이룬다는 의미)’의 자세로 임해 달라.”고 말했다.

만찬은 설렁탕과 막걸리를 곁들여 오후 7시부터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만찬사를 통해 “‘풍운지회(風雲之會·용이 바람과 구름을 얻어서 기운을 얻는 것처럼 총명한 임금과 어진 신하가 서로 만나는 일)’라는 말처럼 어진 대통령과 영특한 장관이 국민들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자.”고 제안했다.

장관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공정한 사회’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우리는 평소 ‘공정’을 가장 많이 생각하는 조직”이라면서 “공정은 ‘공평+정의’이며, 경쟁과정도 공정해야 하지만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에게 사회안전망을 통해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수희 보건복지 장관은 “공정한 기회를 주고, 반칙과 특권을 허용하지 않고,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는 세 가지가 공정한 사회의 핵심이며 이 같은 내용을 정책에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차이가 차별을 만들어서는 안 되며, (공정한 사회를 위해) 진입장벽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2010-09-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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