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접전지역에 미칠 파장 촉각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파동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총선 전면전에 들어간 새누리당의 곤혹스러움도 커지고 있다.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일면서 접전 지역이 몰린 수도권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은 ‘책임자 엄벌’을 강조하며 청와대와의 거리 두기로 조기 진화에 나섰다.새누리당은 사찰 문건이 공개된 지난 29일 밤 긴급대책회의를 가진 뒤 중앙선대위 이상일 대변인 이름으로 구두 논평을 발표했다. 이처럼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미칠 사안의 폭발성이 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대변인은 “민간인 사찰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검찰이 단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철저히 수사해 윗선이 있다면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30일 성명에서도 이 대변인은 “사찰 대상에 과거 한나라당의 비주류였고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뛰고 있는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의원을 비롯해 탈당한 정태근 의원의 지인 등도 사찰 대상에 포함돼 집권 여당도 불법 사찰의 희생양이었음을 부각시키며 현 이명박 정부와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대전역 광장에서 열린 합동유세가 끝난 뒤 불법 사찰 파문과 관련,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수사, 책임 있는 사람은 엄벌해 아주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민간인 사찰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중대한 문제”라며 새누리당과 현 정부의 무관함을 간접적으로 내세웠다.
친박근혜계 일각에서는 “우리가 당 주류가 된 지 며칠이나 됐나. 이명박(MB) 정부가 저지른 일을 왜 우리가 뒤집어써야 하느냐.”는 억울함도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의 불똥이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를 넘어 새누리당으로 번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데 필사적이다. 선대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파장이 확산된다면 2~5% 포인트 차의 격전지가 많은 수도권 판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되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한 더 큰 조치라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12-03-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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