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의혹없이 파헤쳐야 정치쇄신”..홍준표 “총리실 사찰팀 해체해야”
새누리당이 31일 눈덩이처럼 굴러가는 국무총리실의 불법사찰 의혹에 ‘특검 도입과 권재진 법무장관 사퇴요구’라는 고강도 조치로 대응했다.불법사찰 문서가 언론에 보도되며 파문이 커진 지 불과 이틀만이다.
당 지도부격인 비상대책위가 전날 방향을 잡았고 박근혜 위원장 주재로 이날 아침 긴급 소집된 중앙선대위가 결정을 내렸다.
당의 공식입장은 전날만해도 ‘성역없는 수사ㆍ지위고하를 막론한 엄벌’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파문을 수습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하면서 하룻밤 사이에 대응 수위가 높아졌다.
여론이 들끓으면서 4ㆍ11선거전이 패배의 수렁으로 빠지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악재가 선거판을 덮치면 그동안 쌓아놓은 정책ㆍ인적쇄신 노력이 물거품이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태의 파장을 곤혹스러워하는 수세적인 자세에서 공세 모드로 돌아선 점도 주목된다. 야당에 앞서 특검을 요구하거나 권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한 점이다.
지난 1월초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불거지자마자 당 지도부가 신속하게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던 대응법을 연상시킨다.
이는 불법사찰 의혹을 청산돼야할 ‘과거의 잘못’으로 보는 개념 정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 범주로 엮는 순간 가차없이 절연의 칼을 뽑아든 것이다.
박 위원장은 “우리가 비상대책위를 꾸려서 쇄신과 개혁을 해나가는 것도 이런 잘못된, 더러운 정치와 단절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이번 의혹이 새누리당의 ‘박근혜 지도부’와는 무관하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총선에서 확산될 수 있는 정권심판론에서 벗어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남경필ㆍ정두언ㆍ이혜훈 의원 등에 대한 사찰 가능성이 제기된데 이어 박 위원장도 이날 “저 역시 지난 정권과 현 정권에서 사찰을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며 자신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지도부를 시작으로 의원들도 공세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은 즉각적인 특검을 요구한다”며 “한 점 의혹없이 이번 일을 파헤치는 것이 정치쇄신”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트위터 글에서 “민간인 사찰문제는 1년전 제가 공개적으로 재수사 촉구를 했는데도 은폐하는 바람에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며 “이제라도 철저히 수사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하는 한편 총리실 사찰팀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정태근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되는 ‘불법사찰’이 공공연하게 자행된 것은 권력의 사유화 때문이며 권력사유화 방치의 주체는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사찰 대상으로 거론됐던 그는 “언젠가는 집권 초반기부터 있었던 일을 밝혀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되는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참담함이 더 크다”고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