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곤혹스러운 靑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팀의 수사 기간 연장 요구를 청와대가 12일 거부한 것은 예상됐던 수순이다. 마지막까지 장고를 거듭하는 이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로 미뤄 볼 때 마감 시한(14일)을 이틀이나 앞두고 이른 결론을 내린 것이 이례적이다.청와대가 수사 기간 연장 요구를 거부한 것은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이미 지난 한달 동안 특검이 충분히 수사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할 게 남아 있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이 소환 조사를 받는 등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에 대한 조사가 끝난 만큼 새롭게 파헤칠 만한 사안이 없다는 것이다.
또 내곡동 특검이 처음에 우려했던 대로 ‘정치 특검’의 모습을 보인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청와대 내부의 부정적인 기류도 거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검팀이 번번이 주요 피의 사실을 누설하는 것만 봐도 ‘정치 특검’이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해외 순방을 앞둔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언론에 흘리는 등 특검이 ‘언론 플레이’에 치중했다는 청와대 참모진의 불만도 컸다. 수사가 더 길어지면 임기 말 국정 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엄정한 대선 관리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수사 기간을 15일 연장해서 오는 29일까지 특검이 진행되면 수사 결과 발표가 대선 기간 중에 이뤄지게 돼 정치적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와대가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여론의 역풍에 직면하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강공’으로 맞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내곡동 특검 외에도 검사의 금품 수수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이중 수사’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임기 말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내곡동 특검은 일단 수사 기간 ‘연장 거부’로 한숨을 돌렸지만 또 다시 불거진 검경 갈등에 청와대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2012-11-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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