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등 선출 놓고 주류 vs 비주류 권력투쟁
민주통합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지 26일로 일주일이 지나도록 당의 구심점과 쇄신책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당을 수습해야 할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선출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 간 권력 투쟁이 격화되면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정치 쇄신과 새 정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초선의원 ‘사죄의 1000배’
민주통합당 소속 초선의원 20여명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대선 패배에 사죄하는 뜻으로 국민들에게 1000배를 올리고 있다.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주류와 비주류 간 권력 투쟁은 계파의 존폐와도 직결된 문제여서 28일 원내대표를 선출해 임시 사령탑을 세운다고 해도 조기에 종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단일대오 아래 설 수 없는 사람들이 선거에서 진 데다 패배의 충격이 예전 선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에 후유증이 한동안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계파 간 충돌 양상은 26일에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친노 핵심 참모인 전해철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당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민주당에 실망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고 잘 알아야 한다·”면서도 “일부를 한정해 책임 운운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고 친노 책임론을 반박했다.
반면 비주류인 안민석 의원은 언론 기고문에서 “만약 친노패권주의 인사들이 주도권을 놓지 않을 경우 민주당 핵심기반인 호남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릴 것이고, 당에 분란이 쌓이면 ‘안철수 신당’의 길이 더욱 넓게 만들어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문 전 후보 캠프에서 대선을 함께 뛰었던 외부 인사들은 민주당에 깊은 실망감을 표시했다. 윤여준 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민주당의 저런 모습은 다 예상했던 일이 아니냐.”며 “지금 대한민국에 명실상부한 민주진보 진영이란 게 있나.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민심 이반 조짐까지 감지되자 박홍근 의원 등 민주당 초선의원 20여명은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며 특단의 조치로 이날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대선 패배에 대한 ‘사죄와 참회’의 1000배를 올렸다.
정치 전문가들은 반성과 민생 정치를 주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책임질 줄 모르는 사람들이 무슨 정당을 이끌어가겠나.”라며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반성 없는 정당에 뭘 바라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당권과 책임론을 얘기하기보다 대국민 정치를 펼쳐가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정당으로서 중도 사회 약자층 보호 방안을 선도적으로 제기해 나가는 방식의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의 내부 정비 과정을 우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대선 패배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나몰라라 할 수는 없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다.”며 “극심한 혼돈이 오더라도 결론이 날 때까지 처음부터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그 속에서 쇄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선거에 지면 논란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쇄신이 될지 망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2-12-27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