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외교안보 지형 ‘흔들’…한국, 기회이자 위기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 ‘흔들’…한국, 기회이자 위기

입력 2014-07-06 00:00
업데이트 2014-07-0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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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해체후 지속된 美·中 중심 전통구도 변화 가능성복잡한 정세 전개…한국, 전략적 가치 증대로 역할확대 필요

동북아에 새로운 흐름이 곳곳에서 관측되면서 전통적인 동북아 안보구도의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세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넓어졌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전략적으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기회가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시진핑 방한으로 드러난 복잡한 동북아 현정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4일 한국 방문은 변화의 흐름을 맞은 동북아 정세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우선 시 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찾은 데서 북중 관계의 현실이 감지된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등으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양측간 최고위급 교류가 이뤄지지 못하는 불편한 상황에서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이 이뤄졌다.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은 일본에 대한 메시지 성격도 크다. 중일 양국은 새 정부 출범 후 아직 정상회담을 하지 못한 상태다.

나아가 한중 양국 정상이 일본의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같이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도 이전에는 없었던 모습이다.

이는 기본적으로는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고 고노(河野)담화를 부인하는 한편 군사적 보통국가화 이상을 추구하는 듯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우경화 행보에 대한 반작용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통적인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를 흔들기 위한 중국의 계산이 깔렸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경제적으로 부상한 중국은 이른바 ‘아시아 신 안보관’을 기치로 아시아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안보 질서를 구성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안보 체제를 바꾸려는 일종의 현상 변경 시도인 셈이다.

반면 미국은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토대로 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통해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이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는 아베 내각의 과거사 도발은 적절히 견제하면서 집단자위권 행사 결정은 환영한 것은 이런 차원이다.

나아가 미국은 일본인 납치 문제를 이유로 북한에 대해 독자 행동을 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아시아 재균형 정책 틀 내에서는 용인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 동북아 안보지형 ‘질적 변화’ 예상은 시기상조

동북아에서 새로운 흐름이 물고 물리는 식으로 생겨나면서 안보구도의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현상적인 움직임을 질적 변화의 추세로 규정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안보구조에서 오는 국가 이익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안보와 외교의 중심축이 한미동맹에 있으며 일본도 미일동맹을 토대로 안보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북중 관계가 현재는 불편한 상태지만 중국 입장에서 북한이 가진 전략적 가치가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북중 관계가 당장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동북아 안보 구도에서 중국의 지위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과도 관련돼 있는데다 지리적으로 중국이 미국과 직접 대면하는 것을 북한이 완충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북핵 메시지가 과거와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정부 안팎에서는 북중간 고위급 내지 최고위급 교류가 조만간 있을 것이란 예상을 많이 하고 있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6일 “북중 관계가 옛날보다 소원해진 것은 맞지만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가치가 옛날과 달라진 것은 아니다”면서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북한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보 측면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이 아직 미국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안보구도의 변화 가능성을 낮게 하는 요소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중국도 경제적 영향력은 커지겠지만 지금의 판을 깰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북일간 움직임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전체적으로는 일본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이유로 한미일 안보 협력 구도라는 틀을 탈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아베 총리 스타일상 전격적인 돌출행동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일본이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수준까지 북한과 근접할 경우 동북아의 안보지형 변화 가능성도 높아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 전략적 가치 증대로 역할 확대 필요

동북아의 유동성이 커진 것은 우리 외교 입장에서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는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새로운 균형점을 찾으려는 중국과 기존 세력 구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사이에서 우리가 원칙을 지키면서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북아의 기본 구도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안보 문제와 관해서는 일단 한미동맹을 견고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전략적인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중 양국 정상이 대일 강경메시지를 교환한 것이 공개된 것은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려면 우리가 남북관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이 커질 때 동북아에서 우리의 외교적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는 우리의 외교적 지렛대도 버려진다”고 지적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과거사 도발이 원인이기는 하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우리의 외교적 선택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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