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라” 비대위원들 한밤의 ‘셀프읍참’…김종인의 선택은

“돌아오라” 비대위원들 한밤의 ‘셀프읍참’…김종인의 선택은

입력 2016-03-23 08:41
업데이트 2016-03-2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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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원들 金 만나려 2시간 기다려…“보필못한 우리 책임”金 “칸막이 허무니 운동권 들어와…이대로 대선 치르기 힘들다”金, 23일 비대위 참석할 듯…“거취고민은 계속” 전망도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내홍이 결국은 비대위원들의 집단 사퇴로까지 번졌다.

더민주 비대위원들은 22일 사퇴의 배수진을 친 김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한밤에 김 대표의 자택까지 찾아갔다.

‘김종인 비례대표 14번’ 절충안을 내걸었던 비대위원들이 이를 백지화하고 애초 김 대표의 뜻대로 비례대표 2번을 김 대표에게 배정한 채로, 자신들의 비대위원 자리까지 내놓으면서 사실상의 ‘항복선언’을 해야 했다.

지금 상황에서 비대위원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놓은 셈이지만, 김 대표는 “이대로는 대선을 치르기 힘들다”며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당무복귀가 순조롭게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날 우윤근 김병관 표창원 비대위원과 김성수 대변인은 오후 8시15분께 김 대표의 구기동 자택을 찾았다. 박영선 비대위원도 오후 9시께 합류했다.

김 대표가 비대위에 일임한 비례대표 명부의 작성을 마쳤으니 김 대표로부터 추인을 받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사실상 김 대표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대표직을 떠나지 말 것을 설득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김 대표는 “비례 2번에서 내 이름을 빼놓으라”고 했지만, 비대위원들은 2번에 김 대표의 이름을 넣어 명부를 작성해 들고 갔다. 김 대표가 애초 구상한 ‘비례 2번’을 비대위가 부탁하게 된 셈이다.

한 비대위원은 “대표는 자신의 사퇴가능성 때문에 2번을 비우라고 한 것”이라며 “진짜로 2번을 비우면 나가란 얘기나 다름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원들은 간발의 차이로 김 대표와 엇갈렸다.

이들이 찾아오기 불과 15분전 김 대표가 “개인적인 볼일이 있다”며 집에서 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가 돌아올 때까지 2시간15분 가량을 집에서 기다려야 했다.

김 대표와 비대위원들의 만남은 오후 10시 반에야 겨우 이뤄졌다.

이들은 가볍게 와인을 마시며 얘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공천논란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자 대화 분위기는 한없이 무거워졌다.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에게 “당을 계속 이끌어주셔야 한다”면서 “이번 공천이 무리없이 잘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비례 공천에서 문제가 불거졌는데, 이는 비대위원들이 잘 보필하지 못한 책임”이라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에 “내가 더민주에 온 이유는 비례대표 자리나 다른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하며 서운함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대표는 중앙위원들의 요구대로 비례순번 결정 방식을 변경하면서, 전문가가 아닌 운동권·진보진영 인사가 비례 상위권을 차지하도록 순번이 바뀐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그룹별) 칸막이를 허물고 투표하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니냐”, “일부 운동권 등 이런 사람이 자꾸 들어오지 않느냐”는 취지의 비판을 내놓으면서 “이대로는 대선을 치르기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 앞에서 “당원들에게 송구하다. 책임을 지겠다”며 일괄 사의를 표했다.

이에 김 대표는 “왜 당신들이 사의를 표명하느냐”고 답하기는 했지만, 이후 김 대표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비대위는 김 대표의 이름을 2번에 넣은 명단을 김 대표에게 전달했지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비대위원들은 약 1시간만에 집을 나섰다.

비대위원들의 이같은 ‘한밤 읍소’에도, 김 대표가 당무에 복귀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김 대표는 우선 다음날 비대위에는 정상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단계적으로 제 자리에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공천 실무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일 뿐, 이후로도 여전히 거취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날 오후 김 대표와 접촉한 한 인사는 “일단 내일까지 공천장 수여를 마감해야 하는 만큼 실무 처리를 위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라며 “김 대표가 더민주 문화에 대해 느끼는 근본적인 고민은 여전하다. (사태가 수습되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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