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길주 출신 탈북자들 신체 이상…희귀병 진단도

<北 핵실험> 길주 출신 탈북자들 신체 이상…희귀병 진단도

입력 2016-09-10 09:24
업데이트 2016-09-10 09:2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최경희 통일비전연구회장, 길주읍 출신 탈북자 17명 심층면접조사

北 “방사능 누출 없다”…통일장관 “지역주민, 암·심장병 등 증상”

“가만히 서 있어도 몸에 땀이 나고, 아무리 잘 먹어도 힘이 빠지면서 두통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한국에 와서야 길주에서 떠돌던 ‘귀신병’의 원인이 핵실험 탓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함경북도 길주읍에서 북한의 3차례 핵실험을 경험한 탈북 남성)`

“2010년부터 시력이 1.5에서 0.8로 떨어졌어요. 피곤을 많이 느끼고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심장이 너무 아파 잡아 뜯어 놓고 싶을 정도였고요. 병원에 가니 희귀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함경북도 길주읍에서 2차례 핵실험을 경험한 탈북 여성)

북한이 2006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단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근처에 살던 북한 주민들은 원인 모를 두통, 시력 저하 등의 신체 이상 현상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경희 통일비전연구회장은 북한의 1∼3차 핵실험을 근처에서 경험한 함경북도 길주군 길주읍 출신 탈북자 17명을 심층면접 조사한 자료를 10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9일 5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이번 시험에서 방사성 물질 누출현상이 전혀 없었고, 주위 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최 회장은 “방사성 물질 누출이 없었다고 북한이 주장하는 것은 누출이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당국은 핵실험을 하면서 한 번도 인근 지역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않았고, 심지어 관련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사능이 핵실험장 인근의 지하수를 오염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을 경험한 한 여성 탈북자는 “길주는 원래 물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라며 “시점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날부터 우물 맛이 이상해지고, 빨래를 헹구어도 앙금이 나왔다”고 진술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1∼3차 핵실험 당시의 상황도 전했다. 1차 핵실험 때는 수 초간 약간의 진동만을 느꼈지만, 2차 실험 때는 땅이 흔들리며 창문 유리가 깨졌다고 한다.

3차 핵실험 때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주방에 넣어둔 그릇이 모두 떨어질 정도였으며, 학교 벽에 금이 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북한은 핵 개발에 대한 보안 유지를 위해 삼엄한 주민 통제를 벌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자들 가운데 복수의 여성 탈북자가 “길주 지역의 흙을 배낭에 담아가던 여성이 체포돼 정치범 수용소에 잡혀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최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핵 없는 세상 만들기’ 국제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핵실험은 지금까지 모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라는 지역에서 실시됐다”면서 “핵실험장에서 불과 30km 정도 떨어진 마을 출신인 탈북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지역 주민 중 상당수가 암, 심장병, 감각기관 이상, 다리 마비 등의 증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