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본회의장 무제한 토론 지켜보니
박대출 5시간 50분 최장 발언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며 “더불어민주당이 비례한국당을 비웃더니 비례민주당을 추진하는 문자가 포착됐다”며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5시간 50분으로 최장 시간 토론을 했다. 뉴스1
이정미, 노회찬 6411번 버스 언급하며 6411초 발언
25일 국회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노회찬 의원의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등장한 ‘6411번 버스’를 언급하며 “6411초 동안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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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방청석 분위기도 3년 전 필리버스터 때와는 많이 달랐다.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기 위해 진행된 필리버스터에는 방청석 270석이 꽉 차기도 했었다.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직접 보겠다고 국회를 찾은 시민들로 의사당 안내실이 북적거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필리버스터 자체가 애초부터 당리당략적으로 악용된 데다 지난 16일 한국당 지지자들의 국회 난입 이후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면서 시민들의 방청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다. 또한 필리버스터 신청은 한국당에서 했지만, 표결이 기정사실로 돼서인지 결사적으로 막겠다는 의지도 안 보였다. 회의장을 지키는 의원들마저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시간 단위로 조를 짜서 국회 본회의장을 지켰고, 일부 의원들은 그 틈에 지역구에 다녀오기도 했다.
주승용 국회 부의장이 25일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진행되는 동안 피곤한 듯 눈을 비비고 있다. 뉴스1
선거제 개혁안을 주도한 민주당까지 필리버스터에 동참한 것도 새로운 모습이다. 선거제 개혁안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정정당당하게 알리겠다는 취지지만, 시간을 채우기 위한 일방적 메아리에 그쳤다. 다수당의 전횡에 대항해 소수 정당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필리버스터의 본래 취지를 왜곡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민주당이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을 때는 여당이자 다수당이었던 새누리당이 토론에 참여하지 않았다.
3시간 5분간 필리버스터를 마치고 나온 정 의원은 다소 쉰 목소리로 “듣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토론을 하는 것이 힘들고 기운이 빠지기도 했지만 필리버스터가 소수 정당의 합법적인 권리 행사이기 때문에 끝까지 참여했다”고 밝혔다.
본회의장에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만 있진 않았다. 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45분 동안 토론을 마친 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자 본회의장에서 처음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회를 본 주승용 부의장은 “토론 잘하셨다”고 했다.
24일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던 중 더불어민주당 한정애(왼쪽) 의원이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두 의원은 당은 다르지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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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9-12-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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