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 협상 타결 의미 및 전망
7일 발표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의 성과는 한국군이 탄도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 무인 항공기의 탑재 중량 등을 각각 늘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포괄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확충했다는 데 있다. 이번 지침 개정을 통해 300㎞에 묶여 있던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800㎞로 늘어났다. 남부권을 포함해 사실상 한반도 어느 지역에서도 북한 전역이 미사일 사거리에 포함된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현재 군사적으로 500㎞ 이상 사거리는 필요 없지만 부산에서 (북한 최북단인) 나진·회령까지의 거리가 800㎞”라고 말했다.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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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탄두 중량은 현행대로 500㎏으로 유지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기지 대부분을 타격권에 두는 550㎞의 미사일은 탄두 중량을 1000㎏까지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사거리가 줄어들면 이에 반비례해 탄두 중량을 늘리는 식의 ‘트레이드 오프’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실전 배치된 300㎞ 현무미사일의 경우 탄두 중량을 지금의 4배에 달하는 2000㎏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이번 협상으로 우리 군 탄도미사일의 파괴력이 2~4배 늘어나게 됐다는 것은 군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협상 당시 중부권에서 미사일 기지를 새로 만들어도 사거리 500㎞면 북한의 모든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데 굳이 800㎞ 이상의 미사일이 왜 필요하냐는 미국 측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워싱턴 국빈 방문과 지난 3월 핵안보정상회의 때를 비롯해 두 번의 정상회담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사거리 연장을 요구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이 원하는 대로 해 주라.”고 지시를 내리면서 사거리 연장이 타결됐다고 외교 소식통은 밝혔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군이 사거리 800㎞의 미사일을 개발하면 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국군의 무인 항공기(UAV) 전체 중량도 500㎏에서 2500㎏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한국형 글로벌호크’의 개발이 가능해졌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트레이드 오프를 고려하면 충북 음성 등에서 북한의 무수단리 미사일기지나 동창리를 강력한 파괴력으로 공격할 수 있어 작전상으로 충분히 커버가 된다.”고 말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로켓의 추진력 향상에 필요한 고체연료를 민간로켓 개발에 사용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성수·하종훈기자 sskim@seoul.co.kr
2012-10-08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