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공약의 ‘자화상’

후보들 공약의 ‘자화상’

입력 2012-10-24 00:00
업데이트 201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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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숫자·넘치는 구호·재원은 “…”

‘정책 대결’이 실종된 가운데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의 ‘공약 공식’이 눈길을 모은다.

격렬한 정치 공방에 밀려 정책공약이 후순위가 된 현실에서 포괄적인 과제가 공약으로 둔갑하는 등 각 캠프의 부실이 국민들의 착시현상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복지 재원 마련에는 “나중에 한꺼번에 발표하겠다.”는 답변 외에는 입을 닫고 있는 현실도 대선을 불과 56일 앞둔 23일 각 캠프의 자화상이자 우리 대선의 현주소다.

후보별 대선 공약에서 나타난 공통분모는 ‘숫자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747’(7% 성장, 4만 달러 소득, 세계 7위 경제대국) 공약이 그야말로 ‘공약’(空約)으로 끝나면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는 점과 불확실한 현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대선에서 ‘숫자 공약’을 발표한 이후 집권 기간 동안 이를 지킨 정권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그다지 유효한 공약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가 발전의 ‘어젠다 설정’에서 이 같은 공약들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각 후보 측이 ‘숫자 공약’을 내놓지 않는 이유를 국가발전 전략을 마무리짓지 못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수 없는 현실에서 찾고 있다. 한마디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측은 경제성장률과 국민소득, 일자리 창출 등에서 숫자 공약을 제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도 구체적인 숫자를 바탕으로 하는 공약이 거의 없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은 구체적인 숫자를 앞세우는 공약에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또 다른 공통점은 실천 공약이 아닌 비전과 선언, 구호식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지난주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을 산업 전반에 접목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개념의 ‘창조경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하겠다는 방법론은 빠져 있다. 문 후보의 공약 상당수는 ‘5개의 문(門)’, ‘4륜구동 경제’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구호에 가깝고, 거대 담론식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나누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겠다’는 식이다. 안 후보는 최근 정치혁신과 재벌 개혁, 고용노동 정책 등을 차례로 발표했지만 추상적 차원에 머물고 있다.

빈약한 대선 공약 가운데 그나마 진척된 것이 복지 분야다. 그럼에도 재원 마련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박 후보 측은 복지 분야에 연간 25조원, 5년간 총 13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식에는 답이 없다. 후보가 선출된 지 석 달째에 접어들었지만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문 후보 측도 복지예산 증액에 있어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2012-10-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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