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경제민주화 ‘재벌개혁’보다 ‘공정경쟁’ 방점

朴, 경제민주화 ‘재벌개혁’보다 ‘공정경쟁’ 방점

입력 2012-11-16 00:00
수정 2012-11-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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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법’ 등 김종인 핵심카드 대부분 거부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ㆍ집단소송제 도입 등 공정거래 강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6일 발표한 경제민주화 공약은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보다는 시장의 공정경쟁에 방점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마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민과 함께 희망 경남 만들기’에 참석, 홍준표 경남도지사 후보와 함께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마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민과 함께 희망 경남 만들기’에 참석, 홍준표 경남도지사 후보와 함께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박 후보에게 보고한 방안 가운데 초강경 재벌개혁 카드인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 ‘주요 경제사범 국민참여재판’ 등이 최종 공약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 대기업 ‘옥죄기’로 비칠 소지가 있는 방안들은 대부분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상 재벌개혁 카드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야권의 공세는 물론 당내에서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규제 강도를 대폭 높임으로써 시장의 공정경쟁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朴, ‘김종인 1호공약’ 거부 =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의 일환인 재벌개혁 카드를 상당수 채택하지 않았다.

앞서 김종인 위원장은 재벌개혁 방안으로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 규제) ▲계열사 편입심사제 ▲재벌총수 사익편취시 지분조정명령제 등을 제시하면서 이들을 하나의 법체계로 묶는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을 사실상의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박 후보는 최종적으로 대규모기업집단법을 대선공약에서 제외했다.

향후 경제위기에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전담해야 하는 재계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법률인데다 기존 법률 체계와도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과 재계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계적으로 선계가 없고 현행 법체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필요한 부분은 공정거래법 등 개별법에 반영하고 법 제정 논의는 중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앞서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이외에 ‘계열사 편입심사제’, ‘지분조정명령제’ 등도 채택되지 않았다.

대기업집단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해하는 계열사를 신설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계열사 편입심사제’, 재벌총수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계열사 지분 매각을 명령할 수 있든 ‘지분조정명령제’ 등도 자칫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의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제외됐다.

그나마 금산분리 강화책이 최종공약에 포함됐지만, 핵심적인 세부내용으로 평가받는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이 빠짐에 따라 ‘반쪽 금산분리’라는 지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 총수에 대한 처벌강화책도 ‘김종인 안(案)’에 비해 그 수위가 낮아졌다.

당초 김 위원장은 ▲주요 경제사범 국민참여재판 의무화▲업무상 횡령 등의 집행유예 금지 ▲재벌총수 사면권 제한 등 ‘3중 처벌강화책’을 제안했지만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았던 국민참여재판은 인권침해 또는 여론재판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반영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됐다.

◇불공정 규제ㆍ경제적 약자보호 강화 = 박 후보가 ‘재벌개혁 카드’를 상당수 거부한 것과 달리 불공정행위 규제 및 경제적 약자 보호책은 대부분 수용했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공정거래 관련 법률의 집행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대기업집단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경제적 약자의 권익도 확실하게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불공정행위 규제와 관련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만 불공정행위에 대해 고발권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는 조달청장ㆍ중소기업청장ㆍ감사원장 등에게도 고발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행 증권 부문에만 허용된 집단소송제를 다른 업종으로 확대해 기업의 부당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소송에서 승소하면 나머지 피해자도 모두 배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이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준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박 후보는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권익 보호책도 대폭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보험설계사ㆍ학습지교사ㆍ화물운동자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권익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단가조정협의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하면 소송 없이 신속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소비자 피해구제 명령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그밖에 ▲프랜차이즈 및 대형 유통업체 납품계약의 불공정 관행 근절 ▲건설ㆍ정보기술(IT) 분야 하도급 불공정특약 방지 ▲소비자보호기금 설립 등도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朴경제민주화, 文-安과 뚜렷한 차별화 =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방안이 재벌개혁과 뚜렷한 선을 그으면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진영과 뚜렷하게 차별화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당초 김 위원장이 성안한 재벌개혁 초안들은 문ㆍ안 후보진영과 비교해도 더욱 파격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안 후보 측은 기존 법체계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대규모기업집단법 방안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새누리당이 ‘재벌총수 국민참여재판’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된 뒤 문 후보 측도 국민참여재판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여야간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초강경 카드들이 모두 배제됨에 따라 박 후보와 문ㆍ안 후보 간 ‘교집합’은 공정경쟁 분야로 국한되게 됐다.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재계의 강력한 반발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높은 부분만 공약으로 채택한 것이라는 현실적 분석과 동시에 야권 후보진영으로부터 ‘경제민주화 의지 후퇴’라는 비판을 받을 공산이 크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재계에 성장과 투자, 일자리 창출에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해달라는 주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박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이 제안한 방안들을 거의 다 수용했고 재벌 지배구조 문제 등과 관련해 일부 위헌 소지가 있는 방안만 배제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에 경제민주화 의지 후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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