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김종인 재벌개혁’ 빼고 ‘공정경쟁’ 방점

박근혜 ‘김종인 재벌개혁’ 빼고 ‘공정경쟁’ 방점

입력 2012-11-16 00:00
업데이트 2012-11-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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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ㆍ총수연봉공개ㆍ지분조정명령 등 초강수 제외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6일 발표한 경제민주화 공약은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보다는 시장의 공정경쟁에 방점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박 후보에게 보고한 방안 가운데 초강경 재벌개혁 카드인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 ‘주요 경제사범 국민참여재판’ 등이 최종 공약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경제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재벌 옥죄기’로 비칠 소지가 있는 방안은 대부분 제외한 셈이다.

그러나 사실상 재벌개혁 카드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야권의 공세는 물론 당내에서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는 김 위원장을 내세워 4ㆍ11총선을 승리로 이끈 박 후보가 대선공약에서도 강력한 재벌개혁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당내 일각의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다.

박 후보는 그 대신에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규제 강도를 대폭 높임으로써 시장의 공정경쟁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朴, ‘김종인 1호공약’ 거부 =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의 일환인 재벌개혁 카드를 상당수 채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에게 재벌개혁 방안으로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 규제) ▲계열사 편입심사제 ▲재벌총수 사익편취시 지분조정명령제 등을 보고하면서 이들을 하나의 법체계로 묶는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을 사실상의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박 후보는 대규모기업집단법을 대선공약에서 제외했다.

향후 경제위기에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전담해야 하는 재계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법률인데다 기존 법률 체계와도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과 재계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부분은 공정거래법 등 개별법에 반영하고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 논의는 중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미 거부입장을 밝힌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이외에도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침해하는 계열사 신설을 막기 위한 ‘계열사 편입심사제’, 재벌총수의 사익편취때 계열사 지분매각을 명령할 수 있는 ‘지분조정명령제’ 등도 위헌소지 등으로 제외됐다.

재벌 총수에 대한 처벌강화책도 ‘김종인 안(案)’에 비해 수위가 낮아졌다.

당초 김 위원장은 ▲주요 경제사범 국민참여재판 의무화▲업무상 횡령 등의 집행유예 금지 ▲재벌총수 사면권 제한 등 ‘3중 처벌’을 제안했지만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았던 국민참여재판은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반영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됐다.

재벌 총수를 비롯한 대기업 주요 임원진에 대한 ‘개별 급여정보 공개’ 방안도 빠졌다.

◇불공정 규제ㆍ경제적 약자보호 강화 = ‘재벌개혁 카드’가 상당수 거부된 것과 달리 불공정행위 규제 및 경제적 약자 보호책은 대부분 수용했다.

무엇보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공정위에만 부여된 불공정행위 고발권을 조달청장ㆍ중소기업청장ㆍ감사원장 등에게 함께 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증권 부문에만 허용된 집단소송제를 다른 업종으로 확대하고, 대기업이 불공정행위 피해액보다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박 후보는 또 보험설계사ㆍ학습지교사ㆍ화물운동자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권익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협동조합 단가조정협의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하면 소송 없이 신속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소비자 피해구제 명령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박 후보는 그밖에 ▲프랜차이즈ㆍ대형 유통업체 불공정계약 근절 ▲건설ㆍ정보기술(IT) 분야 하도급 불공정특약 방지 ▲소비자보호기금 설립 등을 약속했다.

◇朴경제민주화, 文-安과 차별화 =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재벌개혁과 거리를 두면서 강력한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야권 후보들과 차별화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당초 김종인 위원장이 성안한 재벌개혁 초안들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진영과 비교해도 더욱 파격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대규모기업집단법은 문ㆍ안 후보진영의 재벌개혁안에 비해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을 김 위원장측은 강조해왔다.

그러나 박 후보가 ‘김종인 재벌개혁안’에 사실상 퇴짜를 놓음에 따라 박 후보와 문ㆍ안 후보 간 ‘교집합’은 공정경쟁 분야로 좁혀지게 됐다.

박 후보가 재계의 강력한 반발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높은 부분만 공약으로 채택한 것이라는 현실적 분석과 동시에 야권 후보진영으로부터 ‘경제민주화 의지 후퇴’라는 비판을 받을 공산이 크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가 불공정 행위 규제에서는 문ㆍ안 후보가 언급한 내용을 모두 포괄하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만 하다”며 “그러나 행위규제만으로도 경제민주화가 해결되지 않을 때 구조개선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점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 35가지 가운데 구조개선책은 금산분리 방안의 일환인 중간금융지주사 도입이 유일하다”면서 “재벌의 구조개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측 안종범 의원은 “실행의 부작용이 없고 실효성이 높은 방안들을 채택한 것”이라며 “총선에서 내놓은 방안까지 패키지로 보면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데 획기적 조치”라고 반박했다.

이정현 공보단장도 “김 위원장의 방안과 같으면 경제민주화이고 다르면 경제민주화가 아닌 것처럼 알려진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중요한 것은 실현 가능성이 큰 방안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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