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미래의 길을 묻는다] “과거사 해결돼야 韓·日 긴밀협력 가능… 日, 위안부 결단 필요”

[한·일 미래의 길을 묻는다] “과거사 해결돼야 韓·日 긴밀협력 가능… 日, 위안부 결단 필요”

입력 2013-02-13 00:00
업데이트 201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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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제포럼 참석자 인터뷰 (중)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

일본에서 30년 동안 한·일 관계 발전론을 전개하고 있는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는 14일 열리는 한·일 국제포럼을 앞두고 12일 가진 인터뷰에서 최대의 현안으로 등장할 향후 한·일 관계와 관련, “과거사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은 어려울 것”이라며 “아베 신조 정권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 위안부 문제 등을 풀어 양국 간 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관련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에 대해서도 “제소 카드가 실효성이 없는 만큼 한국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 문제가 불거져 국제사회에 쟁점화가 되면 우리로서도 마이너스 요인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일본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하는 등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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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와세다대 교수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
→아베 정권 이후 일본에서 일고 있는 보수화 움직임을 어떻게 보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중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구조적인 변화다. 2010년 경제 규모에서 중·일 역전이 일어나는 등 일본의 상대적 국력 쇠퇴와 동일본 대지진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중국이나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는 상대적으로 강해져 일본에서는 불안감과 좌절감이 커지며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강한 지도자를 요구하고 강한 국가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 상황은 아시아 국가들과는 적대 관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이 조절판이 될 듯하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심리적으로는 불안감, 좌절감 때문에 우경화에 쏠리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아시아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이 자기들의 이념적인 보수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우경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문제다.

→아베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개헌과 집단적 자위권 허용 전망은.

-아베 정권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수는 두 가지다. 아베 총리가 경제 정책에 성공해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하면 자민당이나 일본유신회 등 개헌을 지지하는 세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개헌 지지파가 3분의2를 넘고 중국과 북한 문제가 꼬여 외교적 갈등이 심화되면 위기감 속에서 여론이 출렁거리면서 의외로 2~3년 내에 개헌이 가능할 수도 있다. 개헌론이 당당하게 나오고 지지가 느는 것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최근 2~3년 동안 한국을 비롯해 중국, 북한과의 갈등 때문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중국이 예상 밖으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군부 보수파를 토대로 지지 기반을 구축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는 미·중 관계의 안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북핵 문제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긴장이 격화되면 중국이 북한에 대해 실효 있는 제재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당장 북한에 석유 공급 중단 등의 압력을 노골적으로 행사하기는 어렵겠지만 북한의 강경 입장을 중국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미국과 협력해 4자든 6자 회담이든 중기적으로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는 외교적 해결의 틀을 만드는 것을 모색할 것으로 본다.

한국도 북핵이 실전 배치될 경우 강경한 입장이 필요하다. 외교나 경제 지원 카드를 가지고 북한을 개혁, 개방 자세로 되돌려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셈이다.

→지금 일본의 최대 현안은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인데 해법은.

-유일한 해법은 일본이 더 이상 흥분하지 않고 지금 현상에서 동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당분간은 일본과 중국의 대치 상황이 지속될 것이지만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한 상황에서 원점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양국의 군대가 대치한 상태에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현상 유지 시스템을 만드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현상 유지를 하면서 중기적으로 양국이 가스전 등 해저 자원의 공동 이용 등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켜 나가야 한다.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ICJ 제소 카드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나.

-일본은 한국이 추가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ICJ 제소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등 차기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지 못하게 견제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본은 이번에 ICJ에 정말로 가고 싶어 했는데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한 미국의 요청으로 유보해 놓고 있다. 일본으로서도 중·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한국과도 대립각을 세우는 등 양면 작전을 펼치기가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일본에서도 ICJ 제소 유보에 대한 비판 여론은 아직 없다. 센카쿠 열도 문제 이후 정책 결정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대(對)한국 관계를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독도는 우리 땅인데 우리가 쟁점화시키는 것은 외교적으로 현명하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독도를 방문한 뒤 불거진 상황들을 봐도 분명한 사실이다. 앞으로 일본은 독도와 관련해 상징적인 카드밖에 쓸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가 차분할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가 취임 이후 박근혜 당선인에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데 양국의 새 정부가 한·일 관계를 긍정적으로 풀 수 있을까.

-아베 정권이 한·일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다. 일본이 처한 상황을 봐도 한·일 관계를 회복하는 게 대중 관계, 대북 관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아베 정권이 최근 박근혜 정부에 유화 시그널(신호)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고 일본에서는 같은 보수 정권이기 때문에 코드가 맞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독도 문제도 더 이상 심각하게 거론하지 않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총선 공약과는 달리 오는 22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행사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문제는 과거사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도 아베 정권이 유연한 자세를 취하는 것 같다.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최근 목소리를 낮추고 뒤로 미루는 것 같다.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어서 한국 정부로서도 외교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일본 정부의 정치적인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다. 위안부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가 없을 경우 한·일 관계가 애매한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 양국 간 큰 협력을 할 수 없고 갈등을 안은 상태로 표면적인 안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는 이념적 우파이면서도 전략적 사고를 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오면 일본 내부 반발도 무마할 수 있다. 위안부 문제는 엄청난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아베 정권이 전략적으로 납득하고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도 끈기 있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군사적으로 한·미·일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나.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삼각관계는 부분적인 해결책이다. 그것만으로는 시스템이 불안정하다. 미국도 중국과 밀접한 전략 협의를 하는 등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을 보면 명확하다. 한·미·일은 좁은 의미의 안정 보장에 연연하지 말고 급속하게 대두되는 중국과 균형 정책을 맞춰야 한다. 미·일,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미·중과 전략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미·일이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는 성격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면 현실적으로 어렵고 기능하기도 곤란하다. 아베 정권의 외교가 중국 포위 정책으로 호주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호주와 인도는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어느 국가나 국제 정치에서 양면을 생각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양분법적으로 접근했을 경우 현실화하기가 어렵다.

→바람직한 한·일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양국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틀 안에서 생각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중국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큰 과제다. 일본이 중국에 대해 신경질적으로 대결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한·일 관계에도 큰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일 관계를 동아시아 틀 안에서 생각하는 데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한국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어 긴밀한 양국 관계도 필요하지만 일본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미국 등의 인접국을 감싸 안는 지역 틀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글 사진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이종원 교수는

일본 내 한반도 전문가… 30년간 한·일관계 발전론 전개

1953년생으로 서울대 공대 재학 중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돼 복역, 대학을 중퇴하고 1982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 도쿄대 박사(국제정치) 학위를 취득한 뒤 일본 도호쿠대 교수, 릿쿄대 부총장을 거쳐 지난해 4월부터 와세다대 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프린스턴대 객원연구원과 아사히신문 아시아네트워크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일본에서 한국과 북한 등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냉전과 한미일 관계’ ‘역사로서의 한일 국교정상화’ ‘북일 교섭’ ‘일본의 국제정치학’ 등이 있다.

2013-02-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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