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익없다’ 판단한듯

北, ‘실익없다’ 판단한듯

입력 2010-02-05 00:00
업데이트 2010-02-0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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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작년 12월 25일 무단 입북한 재미교포 대북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씨를 억류 42일만에 석방키로 결정한 것은 그 신속함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비근한 예로 작년 3월 북중 국경지대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다 북한 경비병에 붙잡힌 미 커런트 TV 소속 여기자 2명은 북한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기약없이 억류돼 있다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야 140일만에 풀려났다.

 북한이 로버트 박씨를 빨리 풀어주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북미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북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하는 등 북미관계가 조금씩 풀려나갈 조짐을 보이는데,자칫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박씨를 별소득도 없이 계속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인 듯하다.

 그러가 하면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고,평화협정 회담과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미국 측에 ‘양보’의 명분을 제공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미국 정부의 구명을 원치 않는다고 박씨 스스로 밝힌 터라 박씨의 석방이 북미 관계의 협상카드가 되기는 어려웠다”며 “미국과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북측이 일방적으로 석방을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 중앙통신이 박씨 석방의 사유 중 하나로 밝힌 박씨의 ‘뉘우치는 태도’는 연출된 명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중앙통신은 박씨 석방결정을 전하면서 북미관계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박씨) 본인이 자기가 저지른 행위에 대해 인정하고 심심하게 뉘우친 점을 고려해 해당 기관에서 관대하게 용서하고 석방하기로 했다”고 밝혀 이번 사건의 성격을 ‘개인적인 일’로 규정했다.

 다시 말해 박씨의 ‘충동적인 행동’으로 빚어진 사건인 만큼 그를 계속 붙잡고 있어 봐야 실익이 없다고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국제 인권단체들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박씨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도 어느 정도 석방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무리 북한 측의 회유에 의한 것이라 해도 박씨가 “서방의 악선전에 기만당해 저지른 죄과를 심각히 반성하게 됐다”,“북한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고 인권을 보호해 줬다..충격을 받았고 당황했으며 창피를 느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중앙통신이 전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박씨는 입북 직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기독교인의 신념을 강조하면서 북한 인권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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