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직접관여”…제2 BDA 도화선 되나
방한중인 로버트 아인혼 미 대북제재조정관이 새로운 대북 행정명령의 적용대상으로 지목한 북한의 ‘불법활동’의 실체에 외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아인혼 조정관은 2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불법활동으로 수억 달러를 벌어 핵개발과 사치품 수입에 쓰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이미 상당한 수준의 관련정보와 물증을 확보했을 개연성을 시사했다.
기자회견하는 미 대북제재팀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오른쪽), 대니얼 글레이즈 재무부 부차관보가 2일 서울 용산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관에서 대북제재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오른쪽), 대니얼 글레이즈 재무부 부차관보가 2일 서울 용산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관에서 대북제재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우선 주목되는 불법행위는 달러 위조다.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2일(워싱턴 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돈을 벌기 위해 위폐제작에 직접 관련돼 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특히 100달러 짜리 초정밀 위폐인 ‘슈퍼노트’에 대한 북한 연루설이 외교가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2008년 부산지방경찰청이 국내로 밀반입되려던 9천94장의 슈퍼노트를 적발한 사건이다.당시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개입혐의를 포착,조사에 착수했다.
아직까지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북한의 위폐제작 및 유통 의혹과 관련해 ‘뜨거운 현안’으로 살아있다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미 국무부는 올 3월1일 발표한 ‘연례 국제마약통제보고서’에서 “북한의 슈퍼노트가 2008년과 2009년 한국의 부산에서 대량으로 압수되고,샌프란시스코에서도 적발되는 등 미국을 비롯해 여러나라에서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정보당국은 올해초 미국이 새로운 도안의 슈퍼노트를 발행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평안북도 신의주시를 비롯한 북.중 접경지역에 100달러 짜리 슈퍼노트가 다량 유통된 사실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북한의 슈퍼노트 제작에 실세그룹이 관여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외교가에서는 북한 최고권력층의 2세들로 구성된 북한판 태자당 ‘봉화조’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8호실과 39호실 등이 위폐제작 및 유통에 관여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 노동당의 대남 공작부서와 인민군 정찰총국이 김정일 위원장을 위한 ‘충성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달러 위폐에 관여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북한의 위폐 의혹은 공교롭게도 가장 효과적인 대북제재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2005년 9월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를 연상시키고 있다.
당시 BDA 사태는 미 재무부의 위폐단속을 단초로 시작돼 결국 북한자금 2천500만달러를 동결하는 사태에 이르렀고,결국 북한에 ‘피가 마르는 고통’을 안겨줬다.
이에 따라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슈퍼노트 의혹이 제2의 BDA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의 또 다른 불법행위 유형은 가짜담배와 마약거래다.가짜 담배의 경우 북한내 10여개 공장에서 연간 410억개 가짜담배를 생산,공해상에서 원양 밀수선에 선적한 뒤 소형 고속정에 나눠 동아시아의 거래책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마약의 경우 북한은 소규모로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마약을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특히 북한의 공작기관이 외화벌이와 공작자금 마련을 위해 마약거래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사실이 국내 검찰에 의해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북한 접경지역 가운데에서는 지린(吉林)성이 최대 마약 밀매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해외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다.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제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마약은 접경지역인 함경북도 회령 등을 거쳐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게 정보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국제 불법금융 행위에도 주목하고 있다.북한이 국제적인 보험 사기를 통해 수억 달러의 현금을 조달하는 등 북한이 불법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설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