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이틀째 표정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가족들은 오전 개별상봉과 공동 오찬, 오후 실내상봉으로 만남을 이어갔다. 첫날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이산가족들은 이날 대부분 차분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서로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전날까지 내린 눈도 그쳐 상봉은 더욱 원활하게 이뤄졌다.북측 상봉단이 외금강호텔에 도착해 이산가족에게 줄 선물이 든 가방을 들고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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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금강호텔 숙소에서 진행된 가족별 상봉에서 김용자(68·여)씨는 지난 5일 숨진 어머니 서정숙(당시 90세)씨를 대신해 어릴 적 헤어진 동생 영실(67·여)씨를 만났다. 원래 상봉 대상자였던 서 할머니는 지난해 상봉이 무산된 후 심장병을 얻고 남북이 상봉 재개를 합의한 바로 그날, 수술을 받은 뒤 세상을 떠났다. 용자씨는 동생 영실씨에게 어머니의 영정을 주면서 “엄마, 얘가 영실이에요. 잘 보세요”라고 사진 속 어머니에게 말했다.
전날 42년 만에 상봉한 납북 어부 박양수(58)씨와 동생 양곤(52)씨도 첫날보다 더욱 진한 형제애를 보여줬다. 두 형제는 40도짜리 ‘평양술’을 잔에 따른 뒤 팔을 걸고 ‘러브샷’을 하고 접시에 서로 음식을 덜어줬다. 이날 공동 오찬상에는 대하, 편육, 빵, 포도주, 인삼주 등이 올랐다.
북한 금강산 호텔에서 점심을 먹으며 남측 가족 주명순(93)씨의 아들 주수만씨가 북측가족 최고령자인 고모 주금녀(92)씨의 입에 직접 깐 새우를 넣어드리고 있다.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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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상봉에서 전한 선물에는 혈육의 정이 가득 묻어 있었다. 김세린(85)씨 가족은 북쪽의 동생 영숙(81·여)씨와 조카 기복(51)씨에게 줄 사진첩과 겨울 점퍼, 스웨터, 정장, 영양제, 초코파이 등을 준비했다. 그의 딸 영순씨는 “고모에게 준비해 온 스웨터를 입혀 드리고 다리를 주물러 드렸더니 고단하셨는지 이내 잠이 드시더라”고 전했다.
북의 가족에게 전한 선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코파이였다. “초코파이만 16박스를 샀다”는 한 가족은 “초코파이가 북에서 그렇게 귀하다고 한다”면서 “가방에 몇 박스 넣고 개별상봉 때 호텔에서 따로 넣어줬다”고 말했다. 이날 북쪽 가족들은 ‘대평곡주·평양술·백두산 들쭉술’이 담긴 3종 술세트와 식탁보를 선물로 가져왔다. 이 선물을 “수령님(김정은)이 다 준비해 줬다”고 말하는 등 체제선전적인 얘기를 하는 북쪽 가족의 모습에 일부는 어색함을 느끼기도 했다.
상봉 행사를 지원하는 북측 인사들도 우리 측 관계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한 북측 인사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구두를 신고 애육원에 들어갔다고 지적한 보도에 대해 “본질은 아이들에 대한 원수님의 사랑이 지극하다는 것인데 남측 언론은 비본질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꼬투리를 잡는다”고 반박했다.
한 북측 안내요원은 남측 취재진에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땄냐”고 물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은메달을 땄다”는 취재진의 대답에 그는 “은메달도 대단한 거지요”라고 말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안석 기자
ccto@seoul.co.kr
2014-02-22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