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 학보, 실학사상 비판…“그땐 의미 있었지만…”

김일성대 학보, 실학사상 비판…“그땐 의미 있었지만…”

입력 2014-06-08 00:00
업데이트 2014-06-0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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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실학사상의 유물론적 관점을 평가해온 북한에서 최근 실학의 한계를 지적하며 주체사상의 확립을 강조한 논문이 발표돼 관심을 끈다.

김일성종합대학 학보(2014년 1호·1월20일 발행)는 ‘박은식의 사회발전에 대한 견해와 그 제한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독립운동가 박은식의 실학사상을 소개하며 “그의 견해는 많은 제한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논문은 “과학기술을 사회발전의 요인으로 본 박은식의 견해는 당시로는 의미가 있었지만, 과학기술 지식이 창조적 능력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과학기술은 자주적인 사상의식과 규제 밑에서만 창조적 능력으로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은식은 사회발전에서 자주적인 사상의식의 결정적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과학기술 지식만을 절대화하는 한계를 보였다”며 주체사상을 구현하는 것이 과학기술 발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했다.

논문은 박은식의 실학사상이 “당시 종교신비설에 타격을 준 진보적인 견해”라고 긍정적인 측면을 소개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측면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북한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이후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의 실학에 대한 논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그동안 박제가·이덕무 등 조선후기 실학자들의 업적과 실학 저서를 소개하며 시대를 앞선 진보성을 선전해왔지만, 김정은 체제에서는 실학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1960년대 후반 김일성 주석이 반대파를 숙청하며 유일지도 체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도 “실학이 지나치게 높게 평가됐다”며 실학 대신 주체사상 확립을 강조한 적이 있다.

최근 실학에 대한 비판 기조는 주체사상을 강조함으로써 김정은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유일 영도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선대 사상을 비판해 상대적으로 주체사상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는 선진문명을 강조하면서도 김일성·김정일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북한 정권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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