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룡해 특사 러시아 파견은 ‘고립 탈피’ 승부수

北 최룡해 특사 러시아 파견은 ‘고립 탈피’ 승부수

입력 2014-11-14 00:00
업데이트 2014-11-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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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정상회담 정지작업 가능성…”對中 우회적 ‘압박’ 메시지”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러시아에 보내기로 한 것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한 차원 끌어올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을 돌파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핵 문제와 인권문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에 빠진 북한이 반(反)서방 진영의 핵심 국가로 떠오른 러시아와 유대를 강화하려는 과감한 시도라는 것이다.

최룡해 비서는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이 러시아에 파견하는 최고위 인사다. 지난 9월 30일에는 리수용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했으며 최근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러시아를 찾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최측근인 최 비서가 북한 최고지도자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만큼 올해 들어 부쩍 가까워진 양국 관계를 질적으로 한 단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최 비서가 김 제1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위한 정지작업을 할 가능성이다. 김 제1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양국 밀월관계의 정점을 찍는 사건이 될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1년 8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모스크바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앞서 2000년 7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공동선언을 타결했다.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은 집권 이후 외국 최고지도자와 공식적으로 정상회담을 한 적이 없다. 작년 10월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두 사람의 정상회담에 관한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김 제1위원장이 아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않은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경우 러시아는 김정은 시대 북한의 확고한 우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최 비서의 러시아 방문은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국제공조에 동참하는 중국에 대한 우회적인 압박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에 접근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북중관계를 적극적으로 풀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비서가 최근 북한 공식 매체의 호명 순서에서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제칠 정도로 위상이 강화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경제를 넘어서는 양국의 포괄적인 협력관계 구축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공동으로 북한 내륙철도 현대화 사업에 착수하는 등 경제 분야의 협력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으며 정치, 군사, 문화 분야에서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인권문제로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에 최 비서를 보내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 비서가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경우 유엔에서 한·미·일의 대북 인권문제 압박에 대응하는 북한과 러시아의 공조 방안이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러시아 특사 파견은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 전방위적으로 대외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연장선상에 있다.

북한은 지난달 21일과 이달 8일 두 차례에 걸쳐 억류 중이던 미국인 3명을 모두 석방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올해 9월에는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유럽 국가들과 몽골을 순방했으며 같은 달 리수용 외무상은 이란과 미국,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했다. 최근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했다.

남북관계는 지난달 초 최룡해 비서를 포함한 ‘실세 3인방’의 인천 방문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듯했으나 대북전단 문제 등에 가로막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전략적으로 대외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출구로 북러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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