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ARF서 공세적 선전전 예고…‘사드 갈등’ 틈새 파고들듯

北, ARF서 공세적 선전전 예고…‘사드 갈등’ 틈새 파고들듯

입력 2016-07-22 15:17
업데이트 2016-07-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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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보유국 주장…한미중러 갈등 부추기며 제재균열 노릴듯

오는 24일부터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본격 시작되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연쇄회의에서 주목해봐야 할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북한의 행보다.

북한은 아세안 관련 회의 가운데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모두 참여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26일) 참석이 확실시된다. 특히 이번 회의는 지난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 이후 신임 외교수장으로 임명된 리용호 외무상의 데뷔전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회의에도 당시 리수용 외무상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북측의 이번 회의 참석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북측의 공세적 외교전이 예상된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유연성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리용호 외무상의 개인적인 캐릭터에 더해 북한이 외교적 고립과 대북제재 전선의 균열을 위해 이번 라오스 무대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개연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 미국이 김정은 노동당 국방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수뇌부를 제재 대상에 올린 것 역시 북한의 공세적 행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요소다.

북한은 ‘동방의 핵대국’,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용의’ 등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노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지난 6일 정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밝힌 것처럼 주한미군 철수 선포 등 이른바 5대 조건을 내걸며 ‘조선반도 비핵화’ 얘기를 꺼낼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기만적 술책”이라고 일축했지만, 북한이 대화를 강조하는 중국을 의식해 조건이 달린 ‘조선반도 비핵화’를 거론해 대북제재 공조의 전열을 흩트리려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측은 또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한반도 배치 결정을 둘러싸고 한미와 중러, 한중 사이에 벌어진 틈을 더욱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사드에 대해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해 동북아지역 주요 나라들을 견제하고 군사적으로 눌러버리려는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아도 남중국해로 미중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 대 중러간 갈등을 부채질하는 데 주력해왔다.

리 외무상은 ARF 외교장관 회의 석상에서는 물론, 돌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선전전을 펼칠 수도 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지난해 회의에서는 북중관계 악화로 북중 외교장관 회담이 끝내 불발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중국, 러시아와의 회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아세안 관련 회의가 진행되는 기간이나 회의가 끝나는 직후 ‘충격요법’으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오는 27일 정전협정 체결 63주년을 전후해 5차 핵실험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이에 맞서 최근 북한 핵·미사일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하고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의장성명이 채택된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의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북핵 문제가 남중국해 등의 이슈에 묻히지 않도록 하고, ASEM의 무드를 이어나가 북한이 좀 정신을 차리게 해야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북핵 문제는 물론 미중간 핵심 갈등 사안인 남중국해, 사드 문제까지 핵심 이슈로 부각하면서 ARF 외교장관회의 등 관련 문서에서 우리의 기대 수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이번 아세안 관련 회의의 의장국은 북한과 친한 라오스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 같은 점을 언급하며 “올해의 경우 (성명 채택과정에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또 다른 심판의 계기로 삼겠다는 우리 정부와 사드, 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한미와 한중, 한미일과 중러 사이의 갈등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북한 사이에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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