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령에 성추행 피해 사병에 “당장 복귀하라”

대령에 성추행 피해 사병에 “당장 복귀하라”

입력 2010-08-25 00:00
수정 2010-08-2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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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부대 참모장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민간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해병 2사단 이모 상병에게 소속 부대가 미복귀시 탈영병으로 간주하겠다며 복귀를 종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군수도통합병원도 이 상병이 민간위탁 치료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상병의 주치의는 이 상병이 군에 복귀하면 증상악화, 자해 및 자살시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밝히고 있고, 가족 측도 최근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는 입원 환자 1명이 투신 자살한 점 등을 들어 군당국의 ‘무조건 복귀’ 명령에 반발하고 있다.

이 상병의 이모부 안모씨는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군복만 봐도 발작증세를 일으킨다. 멀쩡한 애를 엉망으로 만든 군에 어떻게 치료를 맡길 수 있겠느냐”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안씨에 따르면 이 상병은 고교 재학 중 성적 우수학생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으며 4년 전액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한 수재였다.

그러나 해병 2사단 본부대대 소속 운전병으로 근무하던 지난달 9일 참모장인 오모 대령에게 성추행당하자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으며 외상후 장애 증상까지 보여 지난달 13일부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해병 2사단 본부대대는 이 상병에게 치료를 위한 청원휴가 30일, 위로휴가 2일, 상병정기휴가 10일 등 총 42일 간의 휴가를 줬으며 이달 23일로 청원휴가가 끝나자 병장 정기휴가 9일을 미리 쓰도록 했다.

다음달 1일 병장휴가마저 끝나면 이 상병은 해당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두 차례 자살을 시도한 이 상병은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면 다시 자살을 시도하겠다고 했다.

이 상병의 담당 주치의는 “이 상병은 군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며 “군에 복귀하면 증상이 악화할 개연성이 충분하며 자해나 자살시도 우려도 크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군 병원도 군인이 근무하는 이상 군인에 대한 강한 공포심과 피해의식이 있는 이 상병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주치의가 작성한 진단서를 토대로 부대 복귀 대신 외부치료를 요구했으나 해병 2사단은 병장휴가가 끝나면 즉시 복귀할 것을 종용했다.

해병 2사단 관계자는 “규정상 더는 휴가를 줄 수 없다. 현역 군인이 휴가가 끝나도 복귀하지 않으면 탈영”이라며 “다만 소속부대로 복귀하기 싫다면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하고 나서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받도록 해주겠다”고 밝혔다.

일단 소속부대나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해 절차를 밟아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야 하며, 외부치료 허가 권한은 국군수도병원에 있으니 병원과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이 상병의 가족은 국군수도병원에도 민간위탁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병원 측은 이 상병을 치료할 능력이 충분하다며 거부했다.

수도병원 관계자는 “국방환자관리훈령에 따르면 환자 상태가 군 병원의 진료능력을 초과할 때만 위탁치료 대상”이라며 “정신과 전문의 3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외상후 장애증후군 치료 경험도 있어 이 상병은 외부치료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상병의 변호사는 국방환자관리훈령의 상위법인 군인복지기본법이 민간의료기관에서 치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외부치료를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을 들어 수도병원과 국방부, 국군의무사령부 등에 재고를 요청했다.

이 상병의 이모부 안씨는 이달 초 외부치료가 가능한지 문의하러 수도병원을 방문했다가 입원 중인 병사가 투신자살한 장면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안씨는 “멀쩡한 환자도 목숨을 끊는 곳에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한 애를 보냈다가 일이 터지면 누가 책임지겠느냐. 차라리 감옥에 가는 한이 있어도 군에 치료를 맡길 수는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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