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에 이어 제9호 태풍 ‘말로’가 한반도를 향해 다가옴에 따라 문화재청 등 문화재 관리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제8호 태풍 ‘곤파스’로 보물 제143호인 개심사 대웅전이 훼손되는 등 전국적으로 21건의 문화재가 파손된 것으로 추산되는 등 적지않은 피해를 냈지만 태풍이 이른바 천재(天災)에 속한다는 점에서 이를 원천적으로 막을 만한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당국은 고민하고 있다.
다만 과거 태풍과 대홍수 등 자연재해로 그동안 묻혀 있던 문화유산이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는 사실은 새삼 또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태풍이 불러낸 문화유산 = 1925년 을축년 여름, 한강 일대 중부지방엔 대홍수가 지나갔다. 그 해 7월7일 필리핀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이 북상 시작 4일 만인 11일에 서해안까지 진출했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10일 하루 강수량을 보면, 서울 196.6㎜와 의정부 193.7㎜를 필두로 가평 170.0㎜, 춘천 146.3㎜였다. 그야말로 물폭탄 세례였다.
태풍으로 한강은 범람하고 서울은 온통 물바다가 됐다. 홍수가 지난 자리에 문화유산이 출현했다.
한반도에도 신석기시대가 있었음을 알린 신호탄인 지금의 서울 강동구 암사동 유적은 다름 아닌 을축년 대홍수가 내린 ‘축복’이었고, 그 하류 1㎞ 지점인 풍납토성에서는 김부식조차도 그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고 포기해 버린 백제의 초기도읍지 하남위례성 발견의 서막이 열렸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최근 또 있었다. 2004년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경남 창녕군 비봉리에서 양수장 건설 공사가 진행되던 중 조개무지가 출현함으로써 비봉리 신석기시대 유적지 발견의 서막을 연 것이다.
이곳에서는 지금으로부터 7천~8천년 전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과 배설물은 물론이고 한반도에서는 가장 오래된 배까지 2척이나 발견됐다.
◇문화유산에는 분명 ‘재앙’ = 하지만 태풍, 혹은 대홍수가 문화유산에는 대체로 재앙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문화유산 중에서도 수령 수백년, 혹은 천년 이상을 헤아리는 수목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천연기념물은 타격이 더욱 극심하다. 가뜩이나 병충해로 병사하거나 자연 고사하는 일이 많지만, 특히 태풍이 지난 뒤엔 연례행사처럼 문화재 지정에서 해제되는 비운을 맞는 문화재가 출현하곤 한다.
2002년에는 충북 보은의 백송(천연기념물 제104호)과 충남 서천 신송리의 곰솔(천연기념물 제353호)이 한꺼번에 문화재에서 해제됐다. 그해 여름에 발생한 폭우와 낙뢰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고사했기 때문이다.
이번 태풍 ‘곤파스’는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 천연기념물인 상록수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천연기념물뿐만 아니라 고건축물이나 고대 성곽 같은 문화재 종류도 태풍 혹은 홍수와는 상극을 이룬다.
문화재청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 동안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문화재 197건 가운데 31%에 해당하는 61건이 태풍으로 손상됐다.
실례로 이번 태풍으로 보물 143호인 충남 서산 개심사 대웅전과 명부전을 비롯해 전국 21건(국가지정 14건ㆍ지방지정 7건)의 문화재가 파손됐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 광천리 ‘남은들상여’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1874년 아버지인 남연군(南延君)의 묘를 이장할 때 사용한 상여지만 이번 태풍에 보호각 지붕기와가 훼손되고 벽체가 붕괴됐다.
◇대책 없나 = 태풍이 문화재에 초래하는 피해는 이른바 천재(天災)에 속한다는 점에서 이를 원천적으로 막을 만한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 문화재 당국의 고민이다.
예컨대 천연기념물만 해도 영양제 주사를 놓아 건강한 상태를 유지케 하거나, 받침대로 줄기나 가지를 지지해주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렇다고 태풍이나 홍수, 혹은 바람 피해가 두렵다 해서 그 전체를 실내로 들여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성벽이나 고건축물은 개ㆍ보수라는 방법이 있고, 실제 이런 방식이 널리 사용되긴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아무리 좋은 의미라고 해도 개ㆍ보수는 문화재의 원형 가치를 일정 부분 훼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훼손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최근 개ㆍ보수가 이뤄진 문화재를 보면 상당수가 “과연 저것이 옛날의 문화재인가?”라는 의문이 절로 들게 할 만큼 경관을 훼손한 곳이 적지 않다.
나아가 훼손에 대비한 기초자료 조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안영환 의원은 문화재청 자료를 인용해 시ㆍ도 지정 목조문화재 2천186건 중 정밀실측조사가 완료된 곳은 올해 7월 현재 14%에 지나지 않은 297건에 불과했다.
연합뉴스
실제로 제8호 태풍 ‘곤파스’로 보물 제143호인 개심사 대웅전이 훼손되는 등 전국적으로 21건의 문화재가 파손된 것으로 추산되는 등 적지않은 피해를 냈지만 태풍이 이른바 천재(天災)에 속한다는 점에서 이를 원천적으로 막을 만한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당국은 고민하고 있다.
다만 과거 태풍과 대홍수 등 자연재해로 그동안 묻혀 있던 문화유산이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는 사실은 새삼 또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태풍이 불러낸 문화유산 = 1925년 을축년 여름, 한강 일대 중부지방엔 대홍수가 지나갔다. 그 해 7월7일 필리핀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이 북상 시작 4일 만인 11일에 서해안까지 진출했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10일 하루 강수량을 보면, 서울 196.6㎜와 의정부 193.7㎜를 필두로 가평 170.0㎜, 춘천 146.3㎜였다. 그야말로 물폭탄 세례였다.
태풍으로 한강은 범람하고 서울은 온통 물바다가 됐다. 홍수가 지난 자리에 문화유산이 출현했다.
한반도에도 신석기시대가 있었음을 알린 신호탄인 지금의 서울 강동구 암사동 유적은 다름 아닌 을축년 대홍수가 내린 ‘축복’이었고, 그 하류 1㎞ 지점인 풍납토성에서는 김부식조차도 그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고 포기해 버린 백제의 초기도읍지 하남위례성 발견의 서막이 열렸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최근 또 있었다. 2004년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경남 창녕군 비봉리에서 양수장 건설 공사가 진행되던 중 조개무지가 출현함으로써 비봉리 신석기시대 유적지 발견의 서막을 연 것이다.
이곳에서는 지금으로부터 7천~8천년 전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과 배설물은 물론이고 한반도에서는 가장 오래된 배까지 2척이나 발견됐다.
◇문화유산에는 분명 ‘재앙’ = 하지만 태풍, 혹은 대홍수가 문화유산에는 대체로 재앙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문화유산 중에서도 수령 수백년, 혹은 천년 이상을 헤아리는 수목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천연기념물은 타격이 더욱 극심하다. 가뜩이나 병충해로 병사하거나 자연 고사하는 일이 많지만, 특히 태풍이 지난 뒤엔 연례행사처럼 문화재 지정에서 해제되는 비운을 맞는 문화재가 출현하곤 한다.
2002년에는 충북 보은의 백송(천연기념물 제104호)과 충남 서천 신송리의 곰솔(천연기념물 제353호)이 한꺼번에 문화재에서 해제됐다. 그해 여름에 발생한 폭우와 낙뢰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고사했기 때문이다.
이번 태풍 ‘곤파스’는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 천연기념물인 상록수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천연기념물뿐만 아니라 고건축물이나 고대 성곽 같은 문화재 종류도 태풍 혹은 홍수와는 상극을 이룬다.
문화재청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 동안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문화재 197건 가운데 31%에 해당하는 61건이 태풍으로 손상됐다.
실례로 이번 태풍으로 보물 143호인 충남 서산 개심사 대웅전과 명부전을 비롯해 전국 21건(국가지정 14건ㆍ지방지정 7건)의 문화재가 파손됐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 광천리 ‘남은들상여’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1874년 아버지인 남연군(南延君)의 묘를 이장할 때 사용한 상여지만 이번 태풍에 보호각 지붕기와가 훼손되고 벽체가 붕괴됐다.
◇대책 없나 = 태풍이 문화재에 초래하는 피해는 이른바 천재(天災)에 속한다는 점에서 이를 원천적으로 막을 만한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 문화재 당국의 고민이다.
예컨대 천연기념물만 해도 영양제 주사를 놓아 건강한 상태를 유지케 하거나, 받침대로 줄기나 가지를 지지해주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렇다고 태풍이나 홍수, 혹은 바람 피해가 두렵다 해서 그 전체를 실내로 들여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성벽이나 고건축물은 개ㆍ보수라는 방법이 있고, 실제 이런 방식이 널리 사용되긴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아무리 좋은 의미라고 해도 개ㆍ보수는 문화재의 원형 가치를 일정 부분 훼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훼손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최근 개ㆍ보수가 이뤄진 문화재를 보면 상당수가 “과연 저것이 옛날의 문화재인가?”라는 의문이 절로 들게 할 만큼 경관을 훼손한 곳이 적지 않다.
나아가 훼손에 대비한 기초자료 조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안영환 의원은 문화재청 자료를 인용해 시ㆍ도 지정 목조문화재 2천186건 중 정밀실측조사가 완료된 곳은 올해 7월 현재 14%에 지나지 않은 297건에 불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