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검찰의 두 가지 행보가 국민의 시선을 확 끌었다.
하나는 정치권 등으로부터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과 공격을 받아온 ‘그랜저 검사’ 의혹사건에 대해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실상 전면 재수사를 지시한 것이었다.
김 총장은 재수사를 맡을 특임검사로 ‘특수통’인 강찬우 검사를 임명하고 수사팀을 꾸려 의혹 전반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검사의 범죄를 별도로 수사하기 위해 특임검사제를 도입한 이래 특임검사가 임명된 것도 처음이었다.
‘그랜저 검사’ 의혹사건 재수사 지시가 내려진 지 불과 몇시간도 안된 이날 저녁에는 서울북부지검이 여의도를 벌집 쑤신 것처럼 만들었다.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태철)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민주당 강기정 의원실 사무국장 김모씨, 같은 당 최규식 의원측 전 보좌관 박모씨와 여직원 등 3명을 전격 체포했다.
검찰은 체포된 이들이 계속 소환에 불응했기 때문에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선 것이라고 체포 배경을 당당히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당 소속 관계자 3명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지자 ‘야당탄압이자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날 하루 검찰이 꺼내 든 두 가지 카드는 모두 김준규 총장의 결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랜저 검사’ 재수사 지시는 김 총장이 직접 내린 터라 의문의 여지가 없다.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 이후의 정치권 반발기류를 봤을 때 북부지검이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 3명을 체포한 것도 김 총장의 재가 없이는 이뤄지기 어렵다.
취임 1년여 만에 사정(司正)의 칼을 뽑고도 정치권의 반발과 신뢰 위기라는 암초에 부딪혀 고심해온 김 총장이 16일 한날에 ‘공수(攻守)’ 양면작전을 편 셈이다.
먼저 검찰 수사에 소환불응으로 맞선 정치권에 대해 강제수사 결정을 내린 데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김 총장의 결연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장은 최근 일선 검사들에게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하는 등 ‘성역없는 수사’로 정치권 반발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바 있다.
이는 검찰의 약점을 압박하는 정치권에 끌려다니다가는 사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총장은 공격만으론 난관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검찰의 약점을 덮어둔 채 정치권을 겨냥한 수사의 정당성만 강변해서는 수사의 동력이 될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던 ‘그랜저 검사’ 의혹에 대해 과감히 재수사를 지시함으로써 검찰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대검의 한 간부는 17일 “북부지검 수사와 이번 재수사 결정은 별개 사안”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하고 제기된 의혹의 실체를 절차에 따라 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취임 직후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과 불합리한 인사관행의 혁신을 천명했으나 뒤이어 터진 ‘스폰서 검사’ 파문과 ‘민간인 불법사찰’ 부실수사 논란, ‘그랜저 검사’ 의혹 등으로 검찰의 신뢰위기가 이어지면서 1년 이상 제대로 된 사정을 할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김 총장이 내놓은 해법은 “검찰은 수사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정치권의 압박에서 검찰을 지키내려면 수세적인 내부개혁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은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을 비롯해 C&, 한화, 태광그룹 비리 의혹 등을 잇따라 캐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사정수사의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검찰이 이 같은 뜻과 의지를 성공적으로 관철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낙관하기 쉽지 않다.
정치권을 겨냥한 수사 자체에 적지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다 ‘대포폰 의혹’이라는 악재가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다.
대포폰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재수사는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국정조사와 특검수사까지 요구하는 정치권의 압박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하나는 정치권 등으로부터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과 공격을 받아온 ‘그랜저 검사’ 의혹사건에 대해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실상 전면 재수사를 지시한 것이었다.
김 총장은 재수사를 맡을 특임검사로 ‘특수통’인 강찬우 검사를 임명하고 수사팀을 꾸려 의혹 전반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검사의 범죄를 별도로 수사하기 위해 특임검사제를 도입한 이래 특임검사가 임명된 것도 처음이었다.
‘그랜저 검사’ 의혹사건 재수사 지시가 내려진 지 불과 몇시간도 안된 이날 저녁에는 서울북부지검이 여의도를 벌집 쑤신 것처럼 만들었다.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태철)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민주당 강기정 의원실 사무국장 김모씨, 같은 당 최규식 의원측 전 보좌관 박모씨와 여직원 등 3명을 전격 체포했다.
검찰은 체포된 이들이 계속 소환에 불응했기 때문에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선 것이라고 체포 배경을 당당히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당 소속 관계자 3명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지자 ‘야당탄압이자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날 하루 검찰이 꺼내 든 두 가지 카드는 모두 김준규 총장의 결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랜저 검사’ 재수사 지시는 김 총장이 직접 내린 터라 의문의 여지가 없다.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 이후의 정치권 반발기류를 봤을 때 북부지검이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 3명을 체포한 것도 김 총장의 재가 없이는 이뤄지기 어렵다.
취임 1년여 만에 사정(司正)의 칼을 뽑고도 정치권의 반발과 신뢰 위기라는 암초에 부딪혀 고심해온 김 총장이 16일 한날에 ‘공수(攻守)’ 양면작전을 편 셈이다.
먼저 검찰 수사에 소환불응으로 맞선 정치권에 대해 강제수사 결정을 내린 데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김 총장의 결연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장은 최근 일선 검사들에게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하는 등 ‘성역없는 수사’로 정치권 반발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바 있다.
이는 검찰의 약점을 압박하는 정치권에 끌려다니다가는 사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총장은 공격만으론 난관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검찰의 약점을 덮어둔 채 정치권을 겨냥한 수사의 정당성만 강변해서는 수사의 동력이 될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던 ‘그랜저 검사’ 의혹에 대해 과감히 재수사를 지시함으로써 검찰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대검의 한 간부는 17일 “북부지검 수사와 이번 재수사 결정은 별개 사안”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하고 제기된 의혹의 실체를 절차에 따라 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취임 직후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과 불합리한 인사관행의 혁신을 천명했으나 뒤이어 터진 ‘스폰서 검사’ 파문과 ‘민간인 불법사찰’ 부실수사 논란, ‘그랜저 검사’ 의혹 등으로 검찰의 신뢰위기가 이어지면서 1년 이상 제대로 된 사정을 할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김 총장이 내놓은 해법은 “검찰은 수사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정치권의 압박에서 검찰을 지키내려면 수세적인 내부개혁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은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을 비롯해 C&, 한화, 태광그룹 비리 의혹 등을 잇따라 캐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사정수사의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검찰이 이 같은 뜻과 의지를 성공적으로 관철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낙관하기 쉽지 않다.
정치권을 겨냥한 수사 자체에 적지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다 ‘대포폰 의혹’이라는 악재가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다.
대포폰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재수사는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국정조사와 특검수사까지 요구하는 정치권의 압박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