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불안 속 ‘반짝 활기’

연평도 불안 속 ‘반짝 활기’

입력 2010-12-09 00:00
수정 2010-12-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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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포격 후 가장 많은 180명의 주민이 섬을 지키고 있는 9일,연평도는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다.

 비록 주민 중 대부분은 조만간 여객선으로 다시 뭍으로 나갈 예정이지만 그간 사람이 없어 을씨년스러웠던 마을엔 잠깐이지만 반가운 ‘활기’가 돌고 있다.

 이날 오전 연평면사무소에는 난방유를 신청하려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복구 인력이나 관계기관 종사자가 아닌 ‘민원인’들로 면사무소가 북적이긴 실로 오랜만이다.

 면사무소는 주민들이 몰려 사무실 안이 복잡해지자 신청자를 위한 별도의 책상과 의자까지 마련해 실내를 정리했다.

 면은 지난 6일부터 주민들에게 무료로 난방유 200ℓ를 지원하기 시작해 8일까지 49가구에 공급을 끝냈고 이날 오전 추가로 40가구의 신청을 받았다.

 지난 7일 오후 문을 연 농협에도 주민들이 하나 둘 찾기 시작했다.

 8일 오후 여객선으로 들어온 이춘녀(83.여) 할머니는 통장에서 현금 22만원을 찾았다.

 아예 섬으로 들어왔다는 이 할머니는 “이제 안 나갈 건데 돈이라도 있어야 반찬도 사다 먹고 하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할머니가 기르는 애완견 ‘짱’이는 오랜만에 만난 주인이 다시 떠나지 않을까 걱정되는지 내내 할머니 곁을 맴돌며 어리광을 부렸다.

 김장을 하러 들어온 김선영(67.여)씨는 농협 마트에서 김장봉투와 조미료를 샀다.

 김씨는 “일이 터지기 이틀 전에 배추를 뽑아놨는데 그대로 나가는 바람에 배추가 다 상했다.김장 마치면 다시 나가야지….”라며 잰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길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주민들이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어업지도선을 타는 아들 때문에 1주일 전 섬에 들어온 김진영(61)씨는 집 밖에서 냉장고 짐 정리를 하던 이웃 김영자(44.여)씨를 보고는 “언제 들어왔느냐”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여전히 주민들 마음속에는 북한 포격 당시의 공포와 불안이 똬리를 틀고 있다.

 박영여(72.여) 할머니는 김장하러 밭에 무를 캐러 갔다가 “난방유를 신청하라”는 면사무소의 방송을 ‘방공호로 대피하라’는 말로 잘못 알아듣고 헐레벌떡 농협으로 뛰어들어왔다.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 박 할머니는 “북한에서 포를 쐈다는 줄 알고 무도 캐지 못하고 그냥 뛰어내려왔다.오늘 여객선이 뜨면 바로 나가야겠다”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아침 일찍 중부리 경로당에 마련된 임시 연평보건지소에 들렀다는 김선영씨도 “아직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어젯밤에는 친구네 집에서 잤다”라고 말했다.

 연평보건지소 임연정(29.여) 간호사는 “어제 오늘 15∼16명의 주민이 찾았다”며 “대부분 불면증이나 꿈이 뒤숭숭하고 가슴이 뛴다고 호소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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