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등하교 범죄노출 보호의무 위반””범인 운동장 배회 방치…정당화 안 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김성곤 부장판사)는 30일 초등생 성폭행범인 김수철 사건의 피해자 A(10)양 가족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8천9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재판부는 “어린 학생들이 등하교하면서 범죄행위에 노출될 수 있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으나 학교 측의 보호·감독 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서울시는 A양의 학교 교장과 교사가 소속된 지방자치단체로서 원고들이 입은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양에게 5천600여만원, 부모에게 각 1천500만원, 동생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A양에게는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으로 5천만원, 치료비로 600여만원을 각각 인정했다. 후유증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사고로 인해 향후 벌어들일 수 없게 된 수입(일실수입)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교는 법에 따라 운동장을 주민한테 개방해야 하는 동시에 외부인으로부터 학생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김수철이 범죄 대상을 찾으려 1시간가량 배회했는데도 방치한 것은 정책적인 이유나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대부분 교사가 출근하지 않은 자율휴업일에 사고가 발생한 점, A양이 운동장에서 어머니와 헤어지고 학교 건물로 들어가는 짧은 순간에 납치돼 대응조치가 쉽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서울시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A양 가족은 2010년 7월 “교장과 당직교사가 학교시설을 개방해놓고 보호·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1억2천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김수철은 2010년 6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A양을 납치해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구속기소돼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