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지·오지 많아… 현지 치안능력 역부족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1990년대 이후 해외사업 현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더불어 무장 괴한들의 납치 위험에도 늘 노출돼 온 게 사실이다. 특히 유럽 근로자들이 꺼리는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시아 등 세계 오지나 분쟁지역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몸값을 노린 괴한들에게 좋은 타깃이 되고 있다.18일 산업계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현대중공업 근로자 4명이 피랍된 나이지리아 나제르델타 지역은 밀림과 늪이 많은 오지로, 나이지리아 정부로서는 개발 수요는 많지만 자주 출몰하는 반정부 무장 괴한들 때문에 골치를 앓는 곳이다. 그럼에도 나이지리아에는 현대중공업 외에도 대우건설 등 국내 11개 기업에서 한국인 650명이 활동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나제르델타 바옐사주 브라스섬에서 2014년 완공을 목표로 36만 3636㎡ 규모의 가스플랜트 설비 제작공장을 짓고 있다. 또 인근 에지나에서는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나제르델타 지역은 2006년 6월 대우건설 근로자 3명과 한국가스공사 직원 2명이 나제르델타해방운동(MEND) 소속 괴한들에게 납치돼 몸값을 주고 40시간 만에 풀려난 곳이기도 하다. 당시 괴한들은 치밀한 계획 속에 아예 근로자 숙소를 기습함으로써 충격을 주었다. 이듬해 1월에는 또 다른 괴한들이 근처의 대우건설 공사 현장을 덮쳐 9명을 데려갔다가 61시간 만에 석방했다. 7개월 전 한국 측이 몸값을 건네며 협상한 것을 보고, 다른 괴한들이 ‘모방 납치’에 나선 것이다.
한국인이 납치의 대상이 된 것은 1991년 이란 키르쿠크에서 현대건설 근로자 3명이 납치됐다가 3일 만에 풀려난 것이 첫 사례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는 차량 이동 때 소수인 현지 경찰의 보호를 받는 형편이지만 유럽 정부나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정예 용병들을 고용, 자국인들을 보호하도록 한다.”면서 “마냥 몸값을 주기보다 2010년 소말리아 해적 소탕 때처럼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2012-12-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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