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배움의 등불 월계동 참빛야학 휴교 위기

38년간 배움의 등불 월계동 참빛야학 휴교 위기

입력 2013-02-28 00:00
업데이트 2013-02-2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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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배운 공부, 한 풀러 왔는데…학교 문 닫으면 어디서 받아줄까

“제가 단어를 읽으면 따라 하세요. play! like! 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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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참빛야학에서 50~60대 늦깎이 학생들이 영어수업을 듣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참빛야학에서 50~60대 늦깎이 학생들이 영어수업을 듣고 있다.


지난 26일 밤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참빛야학 강의실. 중등영어 수업이 한창이다. 50~60대 여성 10여명이 교사를 따라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면 단어장을 뒤적인다. 그곳에는 ‘콩그래추레이션’(congratulation), ‘디피컬트’(difficult)처럼 발음나는 대로 적힌 영단어들이 빼곡하다. 영어교사 김성열(30)씨는 “대학 시절부터 자원봉사를 한 지 벌써 5년이 됐다”면서 “야학만이 주는 따뜻함이 있어 취직 이후에도 발길을 끊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학도들에게 배움의 등불이 돼 온 참빛야학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심각하게 휴교를 고려 중이다. 참빛야학은 38년간 만학도들을 위해 불을 밝혀 왔다. 월계동 인근 주민들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공부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찾아왔다. 매년 20~30명의 검정고시 합격생을 배출해 왔다. 여기서 배운 덕에 새학기에 방송통신대 중문과에 들어가는 학생도 있다.

휴교를 생각하는 건 재정난 때문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2006년부터 성인 문해(文解)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1000만원을 주고 있지만 신청기관 수에 비해 액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노원구 한곳에서만 참빛야학을 포함해 10개 교육시설이 지원 신청을 했다. 야학 운영을 총괄하는 김호준(31)씨는 한 해 평균 100만원을 시설비 등으로 내놓으며 교단에 섰다.

학생 및 교사들의 걱정과 실망도 크다. 4월 검정고시를 앞두고 있는 방영월(70·여)씨는 “시험준비를 하면서 자식들한테 모르는 문제를 물었더니 짜증을 내길래 두고 보자는 심정에 야학을 찾았다”면서 “휴교하면 이 나이에 마땅히 수업을 받을 곳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업한 지 한 달 됐다는 대학생 이영화(24·여)씨는 “오늘 한글 수업에서 60대 어머니가 ‘빨갛다’라는 표현을 처음 익히고 굉장히 고마워하셨다”면서 “고등학교에서 교생 실습도 해봤지만 진정으로 배움의 가치를 아시는 분들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은 건 아니다. 김호준씨는 “공부를 하고 싶은 성인들이 갈 곳이 없다”면서 “쉽지 않겠지만 참빛야학을 평생교육시설로 만들어 그들에게 작은 등불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3-02-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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