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주민 70%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밀양송전탑 주민 70%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입력 2013-07-03 00:00
업데이트 2013-07-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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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조사단, 주민 상대 인권·건강권 침해 조사 결과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현지 주민 10명 중 7명이 고위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9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밀양 송전탑 인권침해조사단’은 3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이런 내용의 밀양 송전탑 현지민 인권·건강권 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 소속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보련)은 지난달 현지 4개 마을 주민 300여명 가운데 79명을 상대로 건강상담과 심리검사를 했다.

PTSD는 전쟁, 자연재해, 폭행, 강간 등을 목격 또는 경험하고 나서 당시 상황이 지속적으로 떠올라 공황상태에 빠지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조사단은 “현지민의 PTSD 유병률이 9·11 사태 당시 미국 시민보다 4.1배, 레바논 내전을 겪은 시민보다 2.4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는 현지민이 사고·전쟁·해고 등과 같은 심리적 외상과 충격을 겪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전했다.

조사단은 아울러 주민 10명 중 4명꼴로 고위험 수준의 우울과 불안, 공포를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응답자의 각각 40.5%, 48.1%, 41.8%가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의 우울, 불안, 공포 증상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조사에 참여한 건보련 이상윤 정책위원은 “주민들은 공포와 불안감 속에서도 고향 땅에 대한 애정과 함께 ‘절대로 우리 땅에 송전탑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며 “주민들의 기대와 결론이 다르게 나왔을 때 파국이나 우려할만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체적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9.5%는 “한전, 시공사, 용역 직원들이 위협적이고 무례한 행동을 취해 불안한 마음을 갖게 한 적이 있다”고, 36.7%는 송전탑 건설 저지 과정에서 몸싸움 등으로 부상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답했다.

34.2%는 각종 고소·고발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고, 15.2%는 “뺨을 맞거나 발로 차이는 등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 “흉기로 위협을 당하거나 상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조사단은 이 같은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송전탑 건설 추진과정에서 주민들에 대한 포괄적인 인권 침해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한전에서 실시한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인원은 송전선로가 통과하는 5개 면의 등록인구 2만1천여명 중 126명으로 0.6%에 불과했고, 이해 당사자인 철탑 부지, 고압선 아래 토지 주민 등은 설명회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조사단은 한전 측이 마을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거나 대안을 마련하기보다는 개별 접촉으로 선물을 주고 식사 대접하는 식으로 주민을 설득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현지민 간에 반목과 갈등이 생겨 서로 고소·고발전을 벌이는 등 마을 공동체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현지민 가운데 한 명인 김영자(57·여)씨는 “(송전탑 건설 관련) 주민들이 설명회에 참석했더니 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돼 있고 한전 측 회유로 주민대책위원장이 바뀌기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농사는 올해 못 지어도 내년에 다시 지을 수 있지만 송전탑은 이 시기를 놓치면 자손대대로 후회할 것 같아 내일도 공사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사단은 “정부는 공권력 투입과 남용을 중단하고 마을 공동체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사업 전반을 재검토, 전문가협의체가 결론을 도출하기 전에는 공사 재개와 관련해 어떤 법안 의결이나 예산편성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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